[우리말 바루기] ‘지역소멸’ 계속 써도 괜찮을까?

2025-06-01

농촌과 작은 도시의 학교와 병원, 상점이 문을 닫는다.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역이 쇠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흔히 ‘지역소멸’이라고 지칭한다. 특정한 곳들은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불리기도 한다. ‘소멸’은 “사라져 없어진다”는 말이다.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어감이 있다. 충격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몰라도 ‘소멸’은 실제보다 더 큰 위기를 느끼게 한다. ‘소멸’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말은 아닌 듯하다.

‘소멸’이라고 하면 완전히 없어질 것처럼 느껴진다. ‘소멸위험지역’은 곧 ‘사라질 지역’이라고 공식화해 놓은 것처럼 들린다. 이런 명칭이 붙은 지역의 사람들은 불필요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그 지역을 꺼리게 된다. 당연히 사회적 관심과 투자도 줄어든다.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겨우 유지되는 곳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소멸’이란 말을 붙이는 건 지역 발전을 억누르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변화에 맞춰 삶을 꾸려 가고 있다. 새로운 방식과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소멸’은 이런 가능성을 막는다.

현실은 복잡하다. 그렇지만 ‘지역소멸’이란 말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그러면 사실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단순히 인구 감소로 지역의 생존을 판단할 일이 아니다. 지역 공동체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소멸’이란 말로는 변화를 감지할 수 없다. ‘지역소멸’ 대신 ‘지역위기’ ‘지역쇠퇴’ ‘인구소멸위험지역’ 대신 ‘인구감소지역’ 등 중립적인 말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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