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브로맨스, 당장은 아닐 것 같다

2025-02-05

언젠가 만나겠지만 당장은 아닐 것 같다. ‘세기의 브로맨스’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얘기다.

먼저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올해 들어 미사일(미국이 경계하는 극초음속 탄도미사일과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와 우라늄 농축시설 추가 공개로 트럼프 관심 끌기에 나섰다. 하지만 뭔가 계획대로 움직일 뿐 급해 보이진 않는다. 트럼프와의 4번째 만남에 앞서 몸값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은, 2019년과는 입지 달라

트럼프 우선순위에 북한 없는 듯

한·미 훈련 유예 여부가 변수

그런 생각이 드는 건 2025년의 김정은과 2018~19년의 김정은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은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상당히 발전했다. 대규모 파병과 무기 지원으로 러시아라는 든든한 우군도 생겼다. 러시아의 에너지와 식량 지원은 김정은 체제 유지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간절하게 해제를 원했던” 대북 제재 레짐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공개적인 이탈과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지난해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말대로 이제 “달라진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는 게 지금 김정은의 생각이다.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 일단 바빠도 너무 바쁘다. 취임 후 수백 개의 행정명령 폭탄을 쏟아내면서 관세 전쟁과 불법 이민자 추방 등 대선 공약 실천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노벨평화상 프로젝트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과 중동 휴전, AI 딥시크 충격으로 새 국면을 맞은 미·중 패권경쟁 등 재선 대통령의 업무 목록(To do list)은 꽉 차 있고 북한 이슈는 우선순위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는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의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루비오는 과거의 실패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광범위하게 살펴보겠다고 했는데 통상 대북정책 리뷰는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또 다른 근거도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중동, 심지어 영국까지 특사를 임명했다. 그런데 정작 북한 특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대사를 특수임무 담당 사절로 임명하면서 담당 지역에 베네수엘라와 북한이 포함된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김정은을 “똑똑한 친구(smart guy)”라고 치켜세우면서 연락하겠다는 트럼프의 말이 어쩐지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국의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 패싱’ 우려가 나오지만 한국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북한과의 거래를 추진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트럼프는 다음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을 기다렸다. 결국 이런저런 두 사람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은 우크라이나 종전과 202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 사이 어느 시점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확률은 낮지만 변수는 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북한과 접촉할 가능성이다. 정보당국이 예의주시하는 북한의 추가 파병과 무기 지원을 막기 위해 접촉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다른 하나는 좀 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는데, 3월 또는 8월 한·미 연합훈련의 유예 또는 축소 실시 가능성이다. 북한 외무성은 얼마 전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맹비난했는데 이는 북미 협상을 하려면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로 해석된다.

한·미 연합훈련은 트럼프 1기 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도, 2019년 8월 김정은 친서에서 보듯 협상의 막이 내리는 데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 카드다. 당시 김정은은 스톡홀름 실무 협상을 앞두고 한·미가 “강력히 중단을 요청했던 전쟁연습을 한다”며 “정말로 기분이 상했고, 이를 각하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고 친서에 썼다. 만약 트럼프가 연합훈련을 유예하거나 축소하기로 결정한다면 만남은 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다.

알다시피 2019년 6월 3차 판문점 정상회담은 번개 미팅이었다. 트럼프는 한국 방문을 앞두고 오사카에서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내 약속을 잡았다. 물론 이번에도 그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이미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을 축하하는 친서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지한 만남은 아직은 아닐 것 같다.

사족이지만 2019년 생일 축하 친서는 이랬다. “당신의 생일이라고 들었는데, 행복한 하루이길 바랍니다. 위원장님께서는 수많은 축하와 성공의 해를 맞이하게 되고, 위원장님의 나라는 곧 역사적인 번영의 길로 접어들 것입니다. 진심을 담아. 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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