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재류 外人 정책 대대적 손질
日 체류 절차·규제 강화
경영비자 자본금 요건 최소 6배 인상
운전면허 필기 정답률도 90%로 상향
선거에 등장한 배외주의
“외국인이 사슴 학대” 가짜뉴스 퍼뜨려
참정당은 일본인 퍼스트 구호로 돌풍
수수료 받아 재정 확충
입국심사료 도입 공항·관광지 재정비
“과도한 부과는 국제 교류 저해” 지적

지난 10일 일본 도쿄 신주쿠구의 한 행정서사(행정사) 사무실엔 하루 종일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법무성이 이날 오전 ‘경영·관리 비자’ 취득 요건을 대폭 강화한다고 발표해서다. 일본에서 창업·투자를 하려는 외국인 기업가들에게 필요한 이 비자는 원래 사업장을 확보한 상태에서 ‘500만엔(약 4700만원) 이상의 자본금’ 또는 ‘2인 이상 상근 직원’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발급받을 수 있었다.
지난 16일부터 새 규정이 시행됨에 따라 이제는 기존보다 6배 많은 3000만엔(2억8300만원) 이상 자본금이 있어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상근 직원 1명 이상 고용 의무가 추가됐고 경력·학력 요건도 생겼다. 비자 발급 신청자나 상근 직원 중 1명은 중상급 수준의 일본어 능력도 갖춰야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일본지역본부 관계자는 “일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선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요건이 까다로워진 만큼 비자 발급까지 걸리는 시간 자체도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비자·운전면허 등 잇단 규제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인 2016년부터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을 적극 수용하던 일본에서 최근 궤도 수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 수준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고 급증하는 외국인으로 인한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이지만 방향은 규제 일변도다. 객관적 근거 없이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고 국제 교류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이 경영·관리 비자 취득 요건 엄격화에 나선 것은 외국인이 이 비자를 실질적 사업 활동 없이 민박업 등을 운영하는 데 활용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뉴스네트워크(NNN)는 올해 엑스포가 열린 오사카에서 특구 민박의 40% 이상을 중국인이나 중국계 법인이 운영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이 비자가 있으면 최대 5년간 체류가 가능하고 가족 동반과 갱신도 허용되기에 이주 목적으로 악용되곤 했다는 것이 일본 정부 판단이다.


이달 1일부터는 외국에서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을 일본 내 면허로 전환하는 것도 까다로워졌다. 기존에는 호텔 등 일시 체류 장소를 주소지로 적어 낼 수 있었지만 이제 주민표(한국의 주민등록등본에 해당) 사본 제출이 의무화돼 단기 체류자의 면허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필기시험은 삽화가 있는 10문제에서 지문만 있는 50문제로 늘었고, 합격에 필요한 정답률도 70%에서 90%로 상향됐다. 기능시험에도 횡단보도, 철도 건널목 통과 등이 추가됐고, 좌·우회전 등에 관한 채점이 엄격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면허 전환으로 일본 운전면허를 취득한 외국인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잇따른 것이 엄격화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지난 5월 사이타마현 미사토시에서 발생한 중국인의 뺑소니 사고, 미에현 가메야마시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페루인의 역주행 사건 등 사례가 있다. 사망·중상 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외국인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1.0%에서 올해 상반기 2.1%로 크게 늘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경시청은 지난 9월 위조한 대만 면허증으로 면허 전환을 하려던 중국인 남녀 2명을 체포했다. 대만은 한국처럼 별도 필기·기능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필요 서류만 제출하면 일본 면허증을 발급해 주는 29개국에 속한다. 면허 전환이 까다로워지기 전에 편하게 면허를 발급받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 총재선거에 등장한 배외주의
일본에 거주하려면 일본의 제도·문화를 잘 알고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 주장이다. 경영·관리 비자 발급 요건 역시 한국 3억원, 미국 10만∼20만달러(약 1억4300만∼2억8600만원) 등 다른 나라와 형평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지 언론들은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우익 성향 참정당이 ‘일본인 퍼스트’라는 구호를 내걸고 돌풍을 일으키면서 강해진 외국인 배척 분위기가 규제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자민당 총재선거 소견 발표에서도 후보자 5명 중 4명이 외국인 대책을 꺼내 들었다. 지난해 9월 총재선거 때는 후보 9명 중 이 문제를 언급한 사람이 전혀 없었던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특히 나라공원의 사슴을 외국인 관광객이 학대한다면서 “일본인의 기분을 짓밟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외국에서 온다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에 열린 토론회에서 한 원로 언론인은 ‘근거 없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나라현 당국 역시 다카이치의 주장을 부인했다. 사슴을 죽인 과거 사건 3건의 범인은 모두 일본인이었다며 “불합리한 폭력과 국적은 관계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외국인 범죄자가 통역이 없어 불기소되는 일이 많다”는 주장을 펼쳤다가 역시 검찰, 통역사 단체로부터 반박당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를 두고 “외국인이라는 존재를 문제 행동과 맹목적으로 연결해 적의를 부추길 수 있는 발언이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정치인을 뽑는 자리에서 난무하는 것은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공명당이 자민당과의 26년 연립을 깨기 전 다카이치 총리에게 제기한 세 가지 우려사항 중에도 ‘과도한 외국인 배척’ 문제가 포함돼 있었다. 다카이치는 그러나 우익 성향 일본유신회와 새로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며 외국인 수용 한도를 정하고 외국인·자본에 의한 토지 취득을 규제하기로 약속했다. 또 총리로 취임하자마자 경제안보담당상에게 외국인 대책 사령탑 역할을 맡겼다.

◆외국인에게 세 부담…재정 충당도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체류자를 상대로 한 세수 증대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제관광여객세(출국세) 및 비자 발급 수수료 인상, 입국 사전심사제 신규 도입을 통한 수익은 공항 등 수하물 검사 혼잡 완화, 입국심사 강화, 관광지 정비 등에 쓴다는 설명이다.
그러고도 남는 돈은 고교 수업료 무상화 확대 등의 재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투표권이 없고 저항도 적은 외국인의 부담을 늘려 유권자를 위해 쓰겠다는 셈법이 깔린 셈이다.
현행 1000엔(9400원)인 출국세는 미국(22.2달러·3만2000원) 수준으로 인상할 태세다. 출국세는 내외국인 모두에게 부과되는 만큼 일본인 부담도 증가한다는 것이 문제인데, 대신 여권 취득·갱신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복안이다.
2028년부터는 무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을 사전 심사하는 ‘전자여행허가제도’(JESTA)를 신설해 미국 ESTA(40달러·5만7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책정할 방침이다.
일본은 이를 통해 3000억엔가량의 재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논의가 가속화하는 것은 재무성이 각 부처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말했다. 재무성 출신 다나카 히데아키 메이지대 교수는 아사히에 “부담이 지나치게 낮은 것을 재검토할 필요는 있지만, 과도한 부담으로 국제 교류가 저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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