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종 논설실장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한 것이지 결코 용병(用兵)의 죄가 아니다.”
유방과 천하쟁패를 놓고 겨뤘던 항우가 ‘해하전투’에서 패한 후 죽기 전에 한 말이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이처럼 스스로를 책망하지 못한 항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항우는 자신만의 공로를 과시하면서 오직 자신만의 지혜를 믿고 옛사람을 본받지 않았다. (중략) 결국 5년 만에 자신의 국가를 멸망시키고 몸은 동성에서 죽으면서 그때까지도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을 견책하지 않았으니 그것은 실로 잘못된 일이었다.”
▲21대 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3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으나 대선 패배 책임 공방과 차기 지도부 선출을 놓고 내홍에 빠져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대선 패배 후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며 당을 비판했고, 친윤계와 친한계는 서로를 대선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하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자성은커녕 남 탓만 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제시한 당 5대 개혁안에 대해서도 친윤계 일각에서 반발하고 있다. 당권을 잡아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
김 위원장이 내놓은 5대 개혁안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시도 진상 규명’, ‘9월초 전당대회 개최’,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나마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우리 당의 많은 의원이 제게 ‘한동훈 전 대표하고 상의했냐’, ‘김문수 전 대선 후보 의중이냐’, 심지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지령이냐’는 등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데 국민들께 정말 면목이 없다”고 밝힐 정도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의원들이 누군지 궁금해진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민심 앞에 뼈를 깎는 각오로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혁신을 예측 못할 속도로 이뤄내지 못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공자도 “잘못을 고치기에 주저하지 말라(勿憚改過·물탄개과)”고 가르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