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지방권력 교체의 허와 실

2025-06-11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를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는 바로 민의에 의해 권력교체를 할 수 있는가 여부다. 선진국이든 저개발국가든간에 헌법상 견제와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여러 장치를 두고있다. 그런데 실제 운용 상황을 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투표를 마친뒤 개표 절차를 밟다가도 집권층이 불리해지면 이를 중단해버리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고, 선거로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으면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신생 독립국 대한민국도 이러한 전철을 고스란히 밟았던 아픈 경험이 있다. 많은 피를 흘렸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대한민국은 이제 확실하게 민주주의를 해나갈 역량과 자격을 갖추고 있음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민의를 저버린 집권자를 언제든 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학교’라는 지방자치의 역사가 3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 대한민국에는 지방권력 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호남과 영남의 특정정당 독식구조가 굳어지면서 이곳에서는 민의에 의한 지방권력 교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금전문제 등 각종 비리나 성추문, 음주운전, 갑질이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무능의 아이콘으로 지목된 사람도  버젓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배지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감시의 눈이 집중되는 단체장은 비교적 큰 잘못이 있으면 배제되고 있으나 도의원이나 시군의원 등 지방의원은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허다하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기가막힐 일이다. 특히 총선때마다 지역위원장들이 대거 바뀌면서 개인적인 친분이나 충성도에 의해 공천이 좌우되는 현행 시스템 하에서는 묘하게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이들이 연명하는 일도 자주 목격된다. 영남과 호남에서 민의에 의한 지방권력 교체가 어려워지면서 이곳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주민을 바라보는게 아니라 정당, 구체적으로 정당 실력자를 섬기는 일도 일상화하고 있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지만 적어도 영호남 지방선거에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이 통용되고 있다. 그래서 이젠 호남의 민주당, 영남의 국민의힘은 지방권력 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해야 한다. 정당 실력자 한두사람에 의해 공천이 좌우돼선 안된다는 얘기다. 당 차원에서 지방선거 공천에 앞서 명쾌한 감점사유, 사회적 물의여부, 공적 등을 철저히 점검해서 배제할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 큰 잘못이 있어도 동아줄을 잡으면 살아나고, 별다른 과오없이 공을 세워도 특정인에 밉보이면 컷오프되던 잘못된 관행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내년 민선 9기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인 민주당은 적어도 전라도에서만큼은 이에대한 명확한 답변을 해야 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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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권력 교체의 허와 실

위병기 bkweeg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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