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ID로 사회 공헌…라온시큐어는 세계를 노린다

2024-10-29

디지털 신분증 기술로 세계적인 사회 공헌에 나선다니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싶었다. 기술 좋은 건 알겠는데 과한 포부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신분이라 함은 나를 증명하는 수단이자 정체성이다. 사회적 혜택을 누리려면 내 신분이 확실해야 하고 나를 증명할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이 매개체를 만드는 기술을 세계에 알려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거다.

이 원대한 포부가 우리나라 보안 기업의 입에서 나왔다. 라온시큐어 이야기다. 그럼 라온시큐어는 어떤 기술이 있길래 자신감을 보이는 걸까. 블록체인을 접목한 디지털 ID가 핵심이다. 자사 분산신원인증(DID) 플랫폼 ‘옴니원(OmniOne)’의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기술 표준화를 도모한다. 이미 다수의 모바일 신분증 모델에 적용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ID 기술을 공개해 범국가적 사회공헌에 나선다. 잘만 되면 회사의 성장에도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라온시큐어는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4 시큐업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디지털인증협회와 공동으로 연 행사에서 디지털 ID 기술의 오픈소스 공개와 K-DID 확산 계획이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DID는 이미 미래 신원인증 기술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구조는 이렇다. 암호화한 개인정보를 개인별로 할당된 전자지갑에 저장한 뒤 필요할 때 필요한 정보만 제시한다. 발급기관은 신원 증명 데이터를 내줄 때만 개입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거치고 개인정보 또한 개인 기기에 담아 관리하기 때문에 도용 우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정보 주체가 자기 개인정보를 직접 관리함으로써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편리한 인증 방식이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어 활용도도 높다. 지금 널리 쓰이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바로 옴니원으로 구현한 DID다. 모바일 공무원증, 모바일 국가보훈증 등도 라온시큐어의 DID 기술이 쓰였고 오는 12월 나올 모바일 주민등록증도 DID 기반이다.

옴니원은 이와 같은 DID 제작과 검증, 활용 전반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라온시큐어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제품 ‘옴니원 디지털 ID’의 오픈소스화를 결정했다. 글로벌 오픈소스 공유사이트인 깃허브에 옴니원 디지털 ID의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전 세계에 디지털 ID 기술을 보급하는 게 목표다.

이날 이순형 라온시큐어 의장의 말에서 더 구체적인 취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발표 시간 내내 큰 목소리로 디지털 ID 확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 세계 13억명이 신분증을 가지지 못한 현실에서 디지털 ID 기술이 도움이 될 거란 기대다. 특히 국가 인프라의 디지털화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사회 건전성을 높일 것으로 본다.

이순형 의장은 “디지털 ID는 정치 참여, 행복 추구권 보장, 사회적 권리 행사를 위한 국가 인프라”라며 “인신매매나 조혼, 인권유린과 같은 사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옴니원의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이유도 이 지점과 연결된다. DID 기술을 더 널리 알리고 국제 표준으로 정착시켜 신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다. IT 강국인 한국에서 인정받은 DID 기술력을 세계에 전파하고 나아가서는 ‘K-DID’ 기술을 국제 표준으로 만드는 게 라온시큐어의 목표다.

오픈소스로 공개한 옴니원의 참여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사람을 넘어 모든 사물에 디지털ID를 부여하는 등 생태계 확장을 도모한다. 특정 국가나 특정 디바이스에 종속되지 않는 오픈소스 중심의 디지털 ID 생태계가 인류 사회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게 이순형 의장의 말이다. 한국의 디지털 ID 기술이 해외로 확산되면 디지털전환 선도 국가라는 브랜딩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면에는 현실적 계산도 깔려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큰 사업 기회다. 옴니원으로 만든 디지털 ID가 많아질수록 라온시큐어의 브랜드 파워도 덩달아 높아진다. 라온시큐어의 목표대로 옴니원에 많은 컨트리뷰터가 붙어 소스코드 기여가 늘어날수록 솔루션 기능은 더 고도화된다.

회사는 국제표준화기구(ISO)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같은 국제 표준 기구로부터 K-DID 표준 채택을 도모하겠다고 했다. 모두 권위 있는 기구들이라 DID 도입을 고려하는 국가들의 첫 번째 옵션으로 라온시큐어가 자리할 수 있다.

아울러 라온시큐어는 별도의 재단을 설립해 디지털 ID 보급에 나서고 있는 국제연합(UN),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들과도 협력을 계획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가져야 하는 ‘신분’을 매개체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이순형 의장은 “안전한 디지털 ID 시스템을 토대로 한 자기주권의 세계적 확대가 목표”라며 “인류사회의 과제로서 디지털 ID 확산에 힘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라온시큐어는 이날 행사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로 개발한 딥페이크 탐지 기술도 선보였다. 누구나 딥페이크 영상을 구분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개인 모바일 보안 애플리케이션 ‘라온 모바일 시큐리티’에 적용해 연내 상용화할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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