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약 변호사입니다
20여 년간 여러 사건을 맡아왔지만, ‘청소년 마약 사건’만큼 힘든 것이 없었다. 아직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이 마약에 중독된 것도 안타깝지만, 어린 나이에 마약을 시작할수록 건강에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2017년 처음 만난 박지아(가명)양 역시 그러했다.
중학생 지아는 왕따 피해자였다. 아이들의 울타리가 돼야 할 학교가 지아에겐 그저 감옥 같았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딸을 부모도 따뜻하게 품어 주지 못했다. 경찰이었던 아버지는 딸을 다그치고 혼내기만 했다. 어디에도 마음을 붙일 곳 없던 지아는 집을 나오게 된다.

지아의 나이, 열셋에서 열넷 즈음이었다. 집을 나오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막막했던 지아는 자신의 상황을 메신저에 올렸다. 그러자 누군가가 재워주겠다며 연락해 왔다. 모르는 사람의 말에 망설이긴 했지만 노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아는 메신저에서 알려주는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모텔이었다. 모텔방에서 만난 남자는 지아에게 이것저것 캐물었다. 몇 살인지, 왜 갈 곳이 없는지, 지금 기분은 어떤지. 그러더니 가방에서 흰 가루가 든 비닐봉투와 주사기를 꺼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흰 가루는 필로폰이었다. 남자는 “같이 하자”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게 뭐냐”고 물었지만 남자는 “그냥 기분 좋아지는 거”라며 지아를 부추겼다. 그 순간 거절의 말을 찾지 못했던 지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병원에서나 맞던 주사였다. 폐쇄적인 공간, 처음 본 아저씨, 알 수 없는 약물, 지아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두려움이 앞섰다. 남자에게 내민 팔을 다시 거둘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지아는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지아는 그날 그렇게 폐허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마약은 걸신들린듯 어린 영혼을 먹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