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생물보안법 '국방수권법안' 포함 논의 본격화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중소 CDMO 수혜 관측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미국 상원이 지난해 무산됐던 '생물보안법'을 재추진하면서 국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해당 법안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미국 내에서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5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생물보안법을 '2026 국방수권법안'에 포함시키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상원은 이날 절차적 진행 동의 투표를 거쳐 찬성 84표, 반대 14표로 법안 심의를 시작했다.

상원과 하원에서 통과된 국방수권법안은 대통령에게 보내지기 전에 양원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타협안을 도출하며, 타협안에 대해 양원이 승인하면 법안은 대통령에게 보내져 서명 후 시행된다.
생물보안법은 지난해 무산됐다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며 법안 추진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번 법안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우려 기업 지정 절차에 대한 투명성 부재를 해소해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생물보안법 재추진 소식이 들려오면서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채울 국내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 바이오 기업들은 중국과의 거래가 금지될 것에 대비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국의 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를 대체할 기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해 6월 '바이오USA'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생물보안법 추진 후 수주 문의가 2배로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CDMO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4월 18만리터 규모의 5공장을 가동하면서 총 78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향후 6~8공장을 건설해 132만4000리터까지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고객사와의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고자 인적분할을 추진하며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를 신설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로 한 가운데 이 또한 수주 확대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소 CDMO 기업들에 대한 수혜 기대감도 크다. 원료의약품(API) CDMO 기업인 에스티팜은 올리고핵산 CDMO 분야에서 입지를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안산 반월캠퍼스에서 제2 올리고동 준공식을 열어 생산 역량을 두 배 가까이 확대한 데 이어, 생물보안법 수혜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 제2올리고동 가동이 본격화되면 에스티팜의 생산능력은 14몰(mol)까지 늘어난다.
에스티팜은 제2올리고동 준공을 통해 3대 핵심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에스티팜 3대 사업 영역은 ▲올리고 핵산 CDMO ▲저분자 합성 신약 원료 생산 ▲자체 플랫폼(Smart Cap, STLNP)을 활용한 mRNA 치료제 생산 등이다.
바이넥스 또한 생물보안법 수혜로 주목받는 중소 CDMO 기업 중 하나다. 바이넥스는 송도와 오송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송도공장은 6000리터 규모로 구성됐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cGMP(의약품 품질 관리 기준) 승인을 확보한 상태다. 오송공장의 경우 7000리터 규모로 내년 상반기 증설을 앞두고 있다.
바이텍스는 셀트리온과 협력하며 바이오의약품 상업생산 트랙레코드를 쌓아왔다. 두 기업은 지난 2021년 국내 바이오 기업이 동반 성장하며, 상생할 수 있는 위탁 생산 협력 관계를 구축하자는 골자로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국산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첫 성과로 바이넥스는 셀트리온의 '악템라' 바이오시밀러인 '앱토즈마'의 상업용 의약품 생산 공급을 위해 FDA의 cGMP 승인을 획득했으며, 올 초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바이넥스의 셀트리온과의 협력 경험은 글로벌 CDMO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FDA와 EMA의 cGMP 승인을 모두 확보한 점 또한 수주 확대 모먼템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생물보안법의 주요 타겟인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CDMO 기업들이 중소형 바이오리액터를 중심으로 북미 바이오텍들의 초기 임상 및 연구개발을 지원함에 따라 바이넥스가 글로벌 고객사들의 중국 공급망을 대체할 유력 파트너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생물보안법이 초래할 중소형 생산라인 공급부족은 블록버스터급 의약품 상업 CMO 중심의 대형 CDMO가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중소형 CDMO의 임상 초기 프로젝트 급증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이프로젠의 자회사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도 수혜가 기대되는 중소 CDMO 기업으로 거론된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오송공장은 연간 최대 280만리터의 바이오 배양액 및 3000kg 이상의 항체 원료의약품을 생산 할 수 있는 바이오 원료의약품 생산시설과 다양한 제형의 완제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생물보안법 추진은 글로벌 CDMO 시장의 공급망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이미 품질 인증과 생산 트랙레코드를 확보하고 있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