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시리얼과 달걀을 먹었을까?

2025-01-17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1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일이 다가왔습니다. 내일일까, 모레일까. ‘임박’ ‘초읽기’라는 긴박한 단어에도 무뎌지고 있는 날들입니다. 일요일인 지난 12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 취재를 담당한 사진기자가 흐릿한 사진 몇 장을 마감했습니다. 기자는 경호처 직원들이 헬멧과 전술복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습니다. 기존의 복장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등 뒤에는 총기가 든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메고 있었습니다. 경호처 직원의 바뀐 복장은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고조되는 긴장감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이 찍힌 관저 내 위치는 외부에서 찍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입니다. 경호처 직원들은 저 곳에서 10분쯤 머물다 사라졌습니다. 보여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고, 들어오면 다친다는 ‘무력시위’였습니다. 이날 ‘체포 집행 저지를 위한 무력 사용 지침 전달’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1월 14일

대통령 관저 일대는 출근하면 챙겨야 하는 주요 출입처지요. 매일 가서 소위 ‘뻗치기’를 하는 곳이지만, 매번 가서 일하는 사진기자들은 막막합니다. 비슷한 집회가 반복되고, 관저 입구와 경내 풍경이 고만고만합니다.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하면서 긴장감과 막막함과 추위와 싸우고 있습니다.

이날 조금 다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판사 출신인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돕는 소명서 양식과 ‘부당지시 거부법 6문 6답’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왜, 어떻게 거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와 해설을 담았습니다. 차교수가 ‘부당지시 거부 소명서’ 양식을 전달하는 동안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가 서류를 빼앗아 집어던지는 장면을 1면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이날 1면 지면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비상계엄 때 경향신문 등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내렸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조금 전 회사 화장실에서 물을 쓰고, 지금 전원에 연결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걸 못 할 뻔한 겁니다.

■1월 15일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 파면 여부를 심리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첫 변론이 열렸습니다. 대통령은 예고대로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정계선 헌법재판관 기피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날 재판은 4분 만에 끝났습니다. 헌재법에 따르면 심판 당사자가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하고, 두 번째 기일에도 불출석하면 심리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답니다.

탄핵심판 첫 변론이 열린 이날 헌법재판관들이 대심판정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탄핵심판 시작 이후 8인의 재판관들이 법복을 입은 채 대심판정에 앉은 모습은 처음 공개됐습니다.

■1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공수처에 체포됐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지 43일 만이자, 법원이 지난달 31일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15일 만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돼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입니다. 이날 공수처와 경찰은 수사관 1000명 이상을 투입해 체포 작전 6시간 만인 오전 10시 33분 체포영장을 집행했습니다. 불과 사흘 전 전술복과 헬멧을 쓰고 긴장감을 높였던 경호처 직원들은 이날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면 그게 뭐든 1면 사진이어야 했습니다. 새벽부터 사진기자들이 관저 경내가 보이는 지점을 찾아 올라가고 관저 앞을 지켰지만 대통령은 볼 수 없었습니다.

체포된 대통령은 경호차량을 타고 공수처로 이동했습니다. 대통령은 포토라인이 설치된 정문 쪽이 아닌 뒷문으로 향했습니다. 이를 대비한 현장 기자들은 구역을 나눠 지켰습니다. 대통령이 경호차량에 가려진 채 서둘러 공수처로 들어가는 그 찰나의 순간은 단 한 명의 사진기자에게만 허락이 됐습니다. 그렇게 공유한 사진을 1면에 게재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날 밤 1차 조사가 끝나고 서울구치소에 구금됐습니다.

■1월 17일

전날 서울구치소에 구금됐던 윤 대통령은 공수처가 이날 오전에 실시하려던 2차 조사를 건강상의 이유로 오후로 미뤘습니다. 오후 조사에는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해 더 조사받을 게 없다”며 불응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온갖 ‘법기술’로 공수처 내란죄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조사에 묵비권을 행사하고, 조서에 서명·날인 거부하고, 출석 요구에 전면 불응하고, 체포적부심을 청구하고, 변론기일 연기신청을 하고, 수사 책임자를 고발하는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걸 들이대면서 형사·사법체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1면 사진은 대통령 경호차량이 구치소를 나오는 모습입니다. 그나저나 대통령이 구치소 수용자 아침식단인 ‘시리얼, 달걀, 견과류, 우유’를 먹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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