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1월22일. 생후 9개월 된 영아가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불을 덮은 뒤 14분간 압박해 숨지게 한 60대 어린이집 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는 기사를 찾아봤다. 항소? 항소라니! 재판부는 원장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아동 학대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에 감형해줬단다. 베트남인 부부가 4년 만에 얻은 귀한 아기는 어린이집에 간 지 닷새 만에 억울하게 죽었다. 기사에서 본 천사 같은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김선향 시인의 신간 ‘어쩌자고 너의 뺨에 손을 댔을까’에는 약자들이 처한 상황을 바라보는 시인의 슬픈 시선이 그득하다. 죽은 아이의 관은 고작 ‘80㎝’. 멀리 경기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에서 뉴스를 보던 “동네 할매들”의 가슴마저 무너지게 만든다. 시인은 비극이 느리게 상영되는 이 세상에서 정확히 보는 자, 곁에 있어주는 자, 그 일을 기록하는 자로서 자기 언어를 세운다. 타국에서 젊은 부모가 겪는 ‘참척의 슬픔’ 앞에 같이 엎드린다. 생면부지의 할매들과 ‘우리’라는 타자들이 종이 위에서 함께 울게 한다. 기도 같다.
봄이 오면 봄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누가 울면 그 젖은 뺨에 가만히 손을 대보는 사람이 있다. 자기 손이 타는 줄도 모르고 우는 사람이 있다. 타인의 슬픔을 건너다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잠시라도 그 속에 들어가 앉는 사람이 있다. 김 시인은 온 마음을 기꺼이 슬픔 쪽으로 투신하는 사람이다. 고작 아홉달을 살고 간 어린 영혼의 잠이 평안하기를.

박연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