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물량 멕시코로 이전 계획
광주시, "삼성전자가 물량 빠지는 동시에 채우기로"
강기정 광주시장, "캐파 변동X...오히려 라인 최신화"
제조과정 통상 6개월인데..."시장님 잘못 알고 계신듯"
정진욱 의원, "삼성전자, 책임의식 갖고 대책 강구해야"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삼성전자의 광주사업장 물량 재배치를 두고 삼성전자와 광주시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광주시는 삼성전자가 연말에 빼는 물량을 곧바로 다시 채우는 것으로 들었다고 밝힌 반면, 삼성전자는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믿고 기다린 협력사만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광주사업장의 물량을 이동시킬 예정이라는 소식은 지난 7월부터 업계에 돌기 시작했다.
내막을 잘 아는 관계자 A씨는 "7월에 구체적 시기에 대한 언급 없이 물량을 멕시코 공장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는 공문이 삼성전자로부터 날라온 것으로 안다. 8월에 '11월 말'이라는 시기를 담은 통보가 이메일로 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물량 재배치 소식은 지난 10월 20일 경부터 언론에 보도됐고, 강기정 광주시장은 페이스북에 "구모델 일부가 현지생산으로 전환될 예정이지만 광주공장의 시설과 생산 캐파에는 변동이 없고, 오히려 올 연말 라인 최신화 작업을 준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썼다.
이같은 발언의 배경이 된 것은 광주시청의 보고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청 관계자가 삼성전자와 통화하면서, 삼성전자가 물량을 빼는 것은 맞지만 곧바로 다시 채울 것이라는 답변을 받은 것이다.
광주시청 관계자 B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는 사기업이니 광주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언론 보도가 나오니 삼성전자에 물어봤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20만 대를 광주에서 멕시코 공장으로 이전할 계획은 있다. 하지만 연말에 20만 대 물량을 빼는 것과 동시에 신모델 20만 대를 광주에 채울 것‘이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입장은 다르다.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광주시에 관련 내용을 전달함에 있어 '20만 대'라는 표현도, '빠지는 것과 동시에 물량을 채운다'는 말도 한 적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물량은 조금씩 변화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물량이 이동하는 건 내년 1분기 정도로 예상한다. 광주시에도 이렇게 설명했고, '20만 대'나 '동시에' 등 물량과 시기에 관한 언급은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광주시와 강 시장이 말한 것처럼 삼성전자가 광주사업장 물량을 빼면서 신모델 물량을 연말까지 똑같이 채워넣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모델 개발부터 전시품 제작까지만 해도 6개월이 걸리는데, 삼성전자는 아직 신모델 개발조차 안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A씨는 "제조업은 그 특성상 신모델 개발부터 협력사가 제대로 된 부품을 생산하기까지 6개월은 족히 걸린다"며 "대기업이 혼자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나. 신모델이 개발됐으면 먼저 협력사들에게 이를 알리고, 협력사들은 자신이 이런 부품을 맡겠다고 신청한다. 협력사가 생산할 부품이 확정되면 그때부터 라인을 정비하고 제조에 쓸 기계도 산다. 전시품 수준의 상품이 나오기까지 보통 6개월 걸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협력사에 재직 중인 C씨도 "삼성전자 협력사가 공백 없이 연말에도 생산을 이어가려면 7월에는 이미 신모델이 우리한테 공개됐어야 한다. 11월 초인 지금까지 신모델에 대한 공문도, 언급도, 소문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시가 현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C씨는 강 시장이 페이스북에 쓴 내용에 대해 "시장님이 잘못 알고 계신 것 같다. 여름에 신제품 개발이 완료됐어도 각종 수정을 거치고 내년 초여야 전시품 급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지금 삼성전자가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면 신모델 개발이 안 된 거다. 이런 상황에서 올 연말에 신모델을 생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장 대변인실 관계자도 "기존 생산라인이 멕시코로 이전해 공백이 발생하면 우리 지역 업체들에게는 피해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신모델이 나왔는지 디자인을 했는지 그건 기업에 대한 상황이라 모르겠다.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만 말했다.
광주시장의 말을 믿고 기다린 협력사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A씨는 "한 협력사는 부도가 거의 확정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돈다. 부도 날 것 같으니, 먼 곳에서도 자재값 달라며 찾아온다더라"고 전했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전에는 물량 재배치로 인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삼성전자가 이를 사전에 알리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해왔다. 이번에는 통보만 있었을 뿐, 그 이후 물량 재배치로 인한 협력사의 대규모 손실이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삼성전자를 도와서 함께 성장해 온 협력사들이 폐업 또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책임의식을 갖고 대책 강구에 나서야 할 때다"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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