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어벤저스
매년 11월은 수능의 계절이다. 제주도의 고3 수험생 6000여명도 수능을 치른다. 이들은 대학에 진학하느냐, 마느냐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섬에 남을까, 육지로 떠날 것인가.
꽤 많은 학생이 섬은 답답하다며 육지에서의 새 삶을 꿈꾼다. 고3 수험생만이 아니라 제주 젊은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한다. 지난 9월만 해도 548명이 서울로 떠났다. 이 중 20~30대가 311명이었다.
제주에서 가장 잘나가는 30만 유튜버이자, 제주도 홍보대사인 뭐랭하맨(본명 김홍규·28)도 고3 때 제주도를 떠났었다. 제주 토박이인 그는 제주중학교, 오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살이는 하지만 상상과 너무 달랐다.
몇 년 만에 제주 앓이에 시달렸다. 너무 그리운 나머지 헛것까지 보였다. 학창 시절 개그 욕심 많았던 쾌활한 그였다. 결국 자퇴를 하고 다시 고향을 찾았다.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제주 청년들이 섬을 떠나는 와중에 하루에도 몇 개씩 제주 관련 영상을 올리는 그가 궁금해졌다.
〈사투리 어벤저스〉 이번엔 소멸 위기 제주어가 다시 살아나는 현장을 찾았다. 뭐랭하맨이 즉석에서 할머니와 제주어로 재밌는 콘텐트를 만드는 장면을 담았고, 당장 제주에서 써먹을 수 있는 ‘3분 미니 강의’도 들었다. 제주에서 쓰면 100% 성공할 수 있는 제주어 데이트 신청법도 배웠다.
영어보다 더 어려운 제주어로 직접 연극 대본을 쓰는 아이들, 올레길에서 제주어로 인사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제주어보전회에 따르면 제주어를 제대로 쓰는 인구는 1%라고 한다. 제주 곳곳에선 이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목차
떠나고 나니 알게 됐다…행복하게 하는 섬
전교생 사투리 의무교육하는 학교가 있다
올레길에 가면 인사하세요…“꼬닥꼬닥”
에필로그: 내가 가장 사랑하는 제주어
※〈사투리 어벤저스〉 다른 이야기를 보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①“햄버거? 그려”에 속지 마라, 충청도 출신 부장님의 반전
②“충청도 배우 정준호 식겁했다…“국밥 어때유?” 백종원의 등장
③“바당 간 하르방 찾지 못허연”…‘사투리 래퍼’ 할망 슬픈 반전
떠나고 나니 알게 됐다…행복하게 하는 섬
지난 8월 28일 구좌읍 종달리에서 만난 뭐랭하맨은 이곳에서도 인기였다. 카페에서 사장님이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고 흔쾌히 인터뷰 장소까지 내줄 정도였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제주를 대표하는 사람이 됐지만, 8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서울에서 자취하던 대학생이었다. 제주도 20대 청년이라면 누구나 꿈꾸던 서울살이. 그런데 대학교 2학년 무렵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하루는 길가 하수구의 비릿한 냄새를 맡았는데 마치 인공호흡기처럼 제주 바다 냄새가 툭 튀어놀랐다. 숨 막히는 지하철 등하굣길에 갑자기 제주도 푸른 올레길이 보였다. 여기가 어디지. 난 어디로 가야 하지? 그리고 다다른 질문. 나 지금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