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發 이통고객 쟁탈전…비수기에도 2조 뿌렸다

2025-08-11

올 2분기 이동통신 3사의 합산 마케팅비가 2조원에 육박했다. 신규 단말 출시가 없던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SK텔레콤 해킹 사태에 따른 번호이동 쟁탈전이 펼쳐지며 고객 획득 비용이 늘어났다. 하반기 단통법 폐지에 따라 경쟁 심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마케팅 비용의 상승 전환이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2분기 지출한 마케팅 비용은 총 1조920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8536억원보다 3.6% 늘어난 수치다. 갤럭시S25 신제품 출시가 있었던 1분기와 비교해도 지출 규모가 더 커졌다.

사업자별로 KT의 마케팅비 증가폭이 가장 컸다. 2분기 KT의 판매비는 장려금 확대 영향으로 작년 동기대비 6.0% 늘어난 6558억원으로 나타났다. 무선 가입자수는 전분기보다 104만6000명 증가했다. 가입자 한명을 늘리는데 약 63만원을 쓴 셈이다. 덕분에 유심 해킹 여파로 이탈한 경쟁사 가입자 상당수를 흡수했다.

LG유플러스 역시 2분기 마케팅비로 작년 동기보다 3.5% 증가한 5401억원을 집행했다. 무선 가입자수도 84만2000명 순증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무선 회선 증가에 힘입어 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

SK텔레콤은 한 달이상 신규 영업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지출 규모가 커졌다. 2분기 SK텔레콤 마케팅비는 7250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3%, 전분기보다는 4.8% 늘었다. 이는 고객 이탈 방어를 위해 기기변경 중심으로 수성 전략에 집중한 영향이다. 회사 측은 “평소보다 마케팅 비용을 높은 수준으로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단통법 제정 이후 감소 추세였던 이통사의 마케팅 지출이 이번 해킹 사태 여파로 반등하면서 연간 마케팅비의 상승 전환도 점쳐진다.

2014년 이통 3사의 마케팅비 합산액은 8조8220억원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7조원대로 낮아지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올해는 상반기 해킹 사태 여파와 하반기 단통법 폐지 등 제도 변화가 맞물리며 마케팅 비용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

통신업계는 하반기 가입자 유치를 위한 출혈 경쟁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분위기다.

윤재웅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이미 이탈한 고객에 대해 특정한 정량적 목표를 가지고 윈백(재가입)을 추진하기보다는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보안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과도한 마케팅 경쟁보다 본원적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업계는 시장 과열을 경계한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시장 변화에 따른 마케팅 경쟁 확대 여지도 남겼다. LG유플러스는 앞서 콘퍼런스콜에서 “아이폰 신모델 출시나 경쟁사의 가입자 회복 시도로 경쟁적 마케팅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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