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폐지·이재명과도 연대” 대선공약 발표
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 없어 출마 불가할 듯
일부 기자에 퇴장 요구하며 장내 소란 벌어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6·3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전 목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체 등에 이어 제주도에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옮겨오겠다는 신박한 공약도 내놨다. 하지만 전 목사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여서 현실적인 출마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 중앙 당사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이른 시간부터 전 목사를 지지하는 신도들과 유튜버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전 목사가 짙은 남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맨 채 웃는 표정으로 등장하자 유튜버들 사이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전 목사는 “지금 양당을 이루는 야당과 여당에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양당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고, 기득권 정치인들이 이 따위로밖에 정치를 못하냐는 불만이 가득 차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대선 공약 25가지를 발표했다. 주요 공약으로 △미국식 정치제도 도입 △장관 국민추천제 △공수처·선관위 해체 △사전투표제 폐지 △반국가 세력·불법체류자 척결 △국회 해산 뒤 3개월 내 재선거 △한국형 FBI 도입 △원자력발전소 확대 등을 내걸었다.
전 목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적극 지지한다며 윤 전 대통령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전 목사는 “어느 당 후보든 관계없이 내 정책을 수용하는 사람과는 연대하겠다”며 “이재명 후보까지도 연대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의 대표 관광지인 라스베이거스를 제주도에 옮겨놓겠다는 신박한 공약도 내놨다. 전 목사는 “라스베이거스를 아예 삽으로 딱 떠서 제주도로 옮겨와 세계 제일의 관광지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을 받던 도중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 목사가 메이저 언론의 질문을 먼저 받겠다고 하던 중 미리 손을 들고 질문을 요청한 한 매체의 기자에게 퇴장을 요구하면서 해당 기자와 전 목사 지지자 간 몸싸움이 벌어질 뻔했다.

한편, 이날 전 목사가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현실적으론 출마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전 목사가 공지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전력이 있어 피선거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사람(선거범)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후 10년이 지나지 않을 경우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전 목사는 지난 19대 대선 당시 특정 후보 지지를 위한 불법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2019년 9월 26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확정 받았다. 이에 따라 전 목사는 2029년 9월 25일까지 대선·총선·지선 등에 투표할 수 없고 출마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해 전 목사는 “실제로 지지 문자를 보낸 것은 내가 아니라 교회 사무원이었지만, 사무원을 처벌받게 할 수는 없어 내가 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후에도 좌파단체에서 내란선동죄 등 76개 혐의로 고발해 두 번째로 구속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났다”며 다른 사건을 언급했다. 이어 “대법원까지 확정된 판례에서 무죄를 선고했기에 앞서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사건은 사실상 무효라고 봐야 한다. 얼마든지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자유통일당은 오는 29일 전당대회를 열고 당의 최종 대선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자유통일당 이동민 대변인은 “29일 경기도 수원 메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후보가 확정될 예정으로 현재 공모 중”이라며 “전광훈 목사도 여러 후보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피선거권이 없는 전 목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지세를 결집하고, 내란 선동 등 수많은 범죄 혐의에 대해 ‘정치 탄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씨의 대선 출마는 내란 선동을 포함한 여러 범죄 혐의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