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잊힐 권리'의 다음 과제, 공공과 민간의 연결이 필요하다

2025-11-17

디지털은 기억을 쉽게 하지만, 잊음에는 서툴다. 누군가의 이름을 검색하면, 오래 전 무심코 남긴 사진과 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 흔적은 때로 성장의 기록이지만, 때로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된다. 그래서 지금의 '잊힐 권리' 논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디지털 잊힐 권리' 실현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 시절 온라인에 작성된 게시물 삭제를 지원하고, 딥페이크 등 인공지능(AI) 합성 콘텐츠 피해 대응을 체계화하려는 노력은 시대적 방향으로서 의미가 깊다. 송경희 신임 개인정보위 위원장이 밝힌 대로, “유출 이후의 제재보다 예방 중심의 체계로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사회 전반의 체감으로 이어지려면 아직 갈 길이 남았다. 삭제 요청 절차는 복잡하고, 콘텐츠는 이미 수많은 플랫폼과 서버에 분산돼 있다. 삭제된 게시물의 복제본이 재유포되는 현실에서, '완전한 삭제'는 여전히 요원하다. 딥페이크 피해 역시 법적 근거와 기술적 대응 모두에서 빠른 속도의 진화를 요구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고민은 생각보다 절박하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장난으로 주고받은 사진이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아 있어 대학 입시를 앞두고 불안해하는 학생, 감정적으로 쓴 게시물이 검색창에 그대로 노출돼 취업 면접을 앞두고 좌절하는 청년, 심지어 과거 연인과의 사진이 동의 없이 계속 공유되면서 일상이 무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아이쉴드에 접수되는 상담 중 상당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이용자들이 “과거의 나를 지우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다. SNS는 그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는 공간이지만, 그 기록이 평생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청소년기는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는 시기다. 그 과정에서 남긴 디지털 흔적까지 평가의 대상이 되는 사회는, 성장의 기회마저 빼앗는 사회다.

이 지점에서 공공과 민간의 협력 구조가 중요해진다. 정부의 제도적 추진이 '방향'을 제시한다면, 민간의 기술은 그 길을 현실로 구현하는 동력이 된다.

아이쉴드는 '화이트미'라는 AI 기반 온라인 평판관리 솔루션을 통해 이미 72시간 내 불법 유해 게시물 탐지·삭제·재유포 차단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복잡한 신고 과정을 자동화하고,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적 대응 모델이다. 특히 아이쉴드는 미성년자 시절의 '디지털 흑역사' 게시물을 포함해 완전한 삭제에 성공한 삭제 사례를 25만건, 해외 주요 플랫폼(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서 93% 이상의 삭제 성공률을 기록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축적했다.

또 딥페이크 탐지 특화 기술을 보유해, AI 생성 콘텐츠의 탐지-삭제-차단을 72시간 내 완료할 수 있는 구조를 이미 내제화해 활용하고 있다.

이는 공공 신고 시스템과 연계될 때,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구체적인 국민 체감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정부의 '지우개 서비스'가 제도적 보호막이라면, 아이쉴드 같은 민간 기술은 그 빈틈을 메우는 촘촘한 망이다. 공공이 제시한 기준 위에, 민간이 혁신으로 실효성을 더할 때 국민의 디지털 자기결정권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AI시대, 개인정보를 잘 지키면서도 필요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개인정보위 위원장의 말은, 보호와 활용이 대립이 아닌 조화의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기업이 그 조화를 만들어낼 실질적 역할을 해야 한다. 잊힐 권리는 '지워지는 권리'가 아니라 '새로 살아갈 권리'다.

지금의 정부 노력에 기술이 더해진다면, 더 많은 국민이 그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걸어야 한다.

신소현 아이쉴드 대표 ceo@whiteme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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