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교통공단 임원, 절반 이상 퇴직 경찰 출신…경영평가 D등급

2024-10-11

경찰 출신 75%, 외부영입 임원 차지…전문성 부족

공직자윤리위 취업 심사 '구멍' 지적…심사 기준 강화 필요

[세종=뉴스핌] 김보영 기자 = 총경 이상 퇴직 경찰들의 도로교통공단 재취업이 줄을 잇고 있다. 2020년 이후 재취업에 성공한 총경 이상 퇴직 경찰 5명 중 1명은 도로교통공단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4급 이상 국가공무원, 법관 및 검사,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등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법이 정한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이는 퇴직 공직자가 퇴직 전 근무했던 기관에 영향력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에 따른 조치다. 이 기간 내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로부터 취업 허가(심사의 종류에 따라 취업 가능과 취업 승인)를 받아야 한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제출받은 '퇴직공무원 취업 심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7월까지 총경 이상 퇴직 경찰 중 취업 심사를 신청한 인원은 117명이고, 이 중 108명이 취업 허가를 받았다.

10명 중 9명은 재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이 중 도로교통공단 행을 택한 사람은 21명으로 총경 이상 재취업자 5명 중 1명이 교통공단에 자리를 잡았다.

계급별로는 치안정감이 2명, 치안감 6명, 경무관 6명, 총경 7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본부장급 이상으로 영전했고, 15명이 임원, 2명은 이사장을 맡았다.

한편, 교통공단 역대 임원 현황을 보면 1대 이사장부터 현재 16대에 이르기까지 40년 넘게 모두 경찰 고위직 출신들이 이사장 자리를 차지했다. 대체로 서울·경기·인천·부산 등의 대도시 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인물들이다.

16대 이사장은 지난 3월로 임기를 마친 상태며 직무대행을 수행하는 상임이사도 경찰 출신이다. 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선임된 교통공단 상임임원 17명 중 9명이 경찰 출신이다. 절반을 조금 넘긴 수준이니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17명 중 5명은 교통공단 내부 승진자다. 사실상 외부 영입 12명 중 9명인 75%가 경찰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또한 외부 임원의 경우 겹치는 조직이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이라는 한 조직 출신이 이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경찰 출신이 고위직을 독차지하는 가운데 교통공단은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 등급을 받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렇게 낮은 등급을 받은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기업 경영을 해보지 않은 퇴직 경찰들이 경영진을 맡고 있는 점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를 직무 관련성이 없는 퇴직 경찰로 채우는 문제도 있다. 2020년 이후 도로교통공단으로 자리를 옮긴 총경 이상 퇴직 경찰 중 모두 8명이 전북·경남·제주·부산 등 한국교통방송 지역 본부장을 맡았다.

한국교통방송은 전국 교통방송 네트워크로 교통공단이 운영한다. 임원급인 도로교통공단 방송 본부장의 경우 방송사 출신들이 많이 임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된 인사라고 볼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지역 본부장의 경우 방송 전문성이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그게 필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용혜인 의원은 "교통공단은 경찰청 산하기관으로 경찰의 취업 제한 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며 "취업 제한 기관에 이렇게 많은 퇴직 경찰이 들어가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혁신처는 퇴직 공무원 취업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경찰도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kbo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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