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조현우를 농락하는 골을 넣은 말레이시아 선수, 산성액체 공격받은 뒤 재기 ‘시동’

2025-06-03

말레이시아 축구 대표팀 간판 공격수 파이살 할림(27)은 요즘 쇼핑몰에 가지 않는다.

지난해 5월 가족과 함께 방문한 말레이시아 한 쇼핑몰에서 그는 정체 모를 사람으로부터 산성액체 공격을 받았다. 얼굴과 목, 어깨, 손, 가슴에 이르는 4도 화상을 입었고, 네 차례 수술과 집중 치료를 거쳤다. 사건은 단순한 폭행을 넘어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그는 4일 BBC를 통해 “무섭지는 않다. 다만 그런 일이 또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훈련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서 아내, 아들과 시간을 보낸다.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할림은 사건이 일어나기 불과 세 달 전, 2024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손흥민이 이끄는 대한민국과 3-3 무승부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 골을 터뜨렸다. 페널티 지역 안에서 볼을 받은 그는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 김민재와 골키퍼 조현우를 따돌리고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각도에서 마무리했다. 키가 158㎝로 무척 작다. 할림이 한국 수비진을 농락하며 넣은 골은 한국 팬들에게는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는 2022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A매치 21경기에서 13골을 넣으며 말레이시아 대표팀과 셀랑고르 FC 양쪽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였다. 하지만 산성 공격은 그의 커리어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BBC는 “사고 이후 그는 두 달 넘게 축구공을 만지지 못했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미소 짓는 것조차 어려웠다”며 “입원 당시 그는 정신적으로 무너져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매 순간 끔찍한 기억이 떠올라 정말 힘들었고, 축구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병실에서 아내가 매일 팬들의 메시지를 읽어줬는데 손에 힘이 없어 휴대폰도 못 잡았지만, 말레이시아 전체가 저를 위해 기도해준다는 걸 느꼈다”며 “그래서 다시 뛰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4년 7월부터 셀랑고르에서 재활 훈련을 시작했고, 사건 발생 90일 만에 말레이시아 FA컵 준결승전에 교체 명단으로 복귀했다. 그는 “몸 상태는 정상이고, 컨디션은 100%”라고 말했다. 셀랑고르 사령탑 일본인 기노시 카쓰히토 감독은 “파이살은 경기장 안팎에서 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선수”라며 “긍정적이고 굴복하지 않는 정신력을 보여줘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리그 경기에서 복귀 골을 넣은 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시우’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현했다. 이날 그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같은 달 25일 아시안컵 예선에서 1년 만에 대표팀 복귀전도 치렀다. 대표팀을 이끄는 호주 출신 피터 찰카모브스키 감독은 “무서울 정도로 상대를 흔드는 윙어”라며 “복귀는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FIFA 랭킹 131위인 말레이시아는 베트남, 네팔, 라오스와 함께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안컵 본선 2회 연속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할림은 오는 6월 10일 베트남과의 예선 2차전에 소집 명단에 포함됐으며, 팀을 다시 아시아 정상 무대에 올려놓겠다는 각오다.

한편, 할림이 산성 액체 공격을 받은 사건에 대해 말레이시아 검찰청은 지난 2월 ‘추가 조치 없음’으로 분류했다. 말레이시아 언론은 “경찰이 충분한 증거나 용의자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수사 초기에는 용의자 2명이 체포됐지만 실제 범인이 가짜 차량 번호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고 CCTV 영상과 몽타주도 범인을 특정하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할림의 법률 대리인은 사건 재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검찰청에 제출했고 말레이시아 이슬람당(PAS) 청년단은 이 사건을 ‘국가 스포츠 역사상 어두운 장’으로 규정하며, 정부와 경찰에 투명한 설명을 요구했다. 현재까지도 범인은 검거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새로운 증거나 단서가 발견될 경우 수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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