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럭비 첫 외국인 국가대표...'피지산 몬스터' 라바티

2025-10-16

"피지 사람이 태극마크를 달았으니 가문의 영광이죠."

한국 럭비 사상 첫 외국인 국가대표가 된 이모시 라바티(22·현대글로비스)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라바티는 지난 15일 대한럭비협회가 발표한 2025 아시아 럭비 에미레이츠 세븐스 시리즈(ARESS) 2차 대회에 출전할 7인제 럭비 대표팀 엔트리 13명에 포함됐다. ARESS 2차 대회는 오는 18~19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다. 거구(1m91㎝, 113㎏) 라바티는 몸싸움과 태클이 주 무기로 포지션은 포워드다.

한국에 럭비가 도입된 건 1923년. 별명이 '피지산 몬스터'인 라바티는 한국 럭비 102년 만의 첫 외국인(혼혈선수 제외) 국가대표로 알려졌다. 1980년대 이전 국가대표 관련 자료를 보관하지 않아 공식 확인은 어렵지만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협회 입장이다. 라바티는 "선수촌에서 매일 스테이크 5장씩 먹으며 열심히 훈련했는데, (대표 발탁으로) 보상받아 기쁘다. 한국 럭비에 한 획을 그은 피지인으로 기록돼 자부심을 느낀다. 태극마크를 달고 데뷔전을 치를 생각에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머니가 가장 기뻐하셨다. '이제는 한국 동료들이 가족과 마찬가지니, 잘 녹아들어 팀 워크를 발휘하라'고 감독님 같은 주문도 하셨다"고 덧붙였다.

라바티가 한국 국가대표가 된 것은 '한 국가의 등록 선수로 5년간 뛰면 해당국 대표 자격을 얻어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다'고 정한 세계럭비연맹의 독특한 규정 덕분이다. 라바티는 16살이던 2019년 말에 한국 땅을 밟았다. 전력 보강을 위해 외국인 선수를 찾던 서울사대부고 럭비부의 영입 제의를 받아들였다. 라바티의 모국인 피지는 세계적인 럭비 강국이다. 330개 섬으로 이뤄진 작은 나라 피지의 인구는 불과 89만명. 하지만 피지는 2016 리우, 2020 도쿄올림픽 럭비(7인제)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땄다. 라바티는 "한국에 관해 아는 건 어머니와 함께 본 드라마와 손흥민 정도였다"며 "럭비로 성공하는 게 꿈이었는데, 한국에서 뛰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비행기에 올랐다"고 '코리안 드림'에 도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2020년 3월 사대부고에 입학한 라바티는 낮에는 학교 수업과 럭비 훈련에 매진했고, 밤에는 부족한 한국어 공부에 매달렸다. 발성이 좋은 여성 래퍼 이영지의 노래가 그에겐 최고의 한국어 교재였다. 라바티는 "고향이 그리울 때는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했다. '성공하기 전에는 돌아올 생각하지 말라'는 호통에 정신 차렸다"고 털어놨다. 함께 한국에 왔던 피지 친구 둘은 부상과 향수병으로 결국 고향에 돌아갔다. 라바티는 2023년 고교 졸업 후 현대글로비스 럭비단에 입단했다.

마침내 한국 국가대표가 되는 꿈을 이른 라바티의 다음 목표는 한국에 아시안게임 럭비 금메달을 안기는 일이다.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 있다. 세계연맹 주최 대회의 출전 자격은 갖췄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종합대회에 나가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그는 특별귀화에 도전할 계획이다. 라바티는 "고향 가족들에게 한국 사람이 돼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다.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럭비계의 손흥민'이 되는 게 새로운 목표"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