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한국전력이 파죽의 3연승을 달렸다. 창단 후 첫 개막 3연승이다.
한국전력은 3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원정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1(25-21 25-22 24-26 28-26)으로 꺾었다. 1·2세트 압승 이후 막판 잇따른 실책으로 3세트를 내주며 분위기를 넘길 뻔했지만 4세트 듀스 접전 끝에 상대를 꺾고 승점 3점을 올렸다.
아시아쿼터로 이번 시즌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은 일본인 세터 나카노 야마토(등록명 야마토)의 토스워크가 돋보였다. 교묘한 타이밍으로 상대를 교란하는 야마토의 토스에 우리카드 블로커들이 좀처럼 따라붙지 못했다. 10득점 이상만 5명이 나올 만큼 공격수 모두를 다방면으로 활용했다.
한국전력은 1세트부터 크게 앞서나갔다. 서재덕의 오픈 공격에 신영석의 연속 블로킹으로 기선을 잡았고, 외국인 주포 루이스 엘리안 에스트라다(등록명 엘리안)의 공격까지 불을 뿜으며 세트 초반 9-2까지 앞섰다. 세터 한태준을 김광일로 바꾼 우리카드가 분위기를 바꾸며 연속 6득점으로 2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한국전력은 그 이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임성진과 서재덕이 공격을 견인했고, 미들 블로커 전진선의 속공까지 이어지며 2~3점 차 간격을 꾸준히 유지했고, 막판 잇따른 상대 범실로 손쉽게 첫 세트를 따냈다.
2세트도 한국전력의 우세가 이어졌다. 7-6, 1점 차 리드 상황에서 서재덕이 퀵오픈과 블로킹으로 연달아 득점했고 상대 범실까지 보태 빠르게 간격을 벌렸다. 우리카드는 세트 중반 투입한 송명근이 힘을 내며 21-21 동점까지 만들었지만, ‘포지션 폴트’ 범실로 무너졌다. 한국전력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를 몰아붙이며 2세트까지 25-22로 따냈다.
3세트 모처럼 우리카드가 힘을 냈다. 세트 극후반까지 일진일퇴 공방을 벌였다. 23-22로 세트 막판 리드까지 잡았다. 여기서 아히가 다시 포지션 폴트 범실을 저질렀다. 23-23 동점을 허용했다. 신영석이 블로킹을 따내며 한국전력이 ‘셧 아웃’ 매치포인트까지 잡았다. 그러나 여기서 한국전력도 자기 실수로 흔들렸다. 신영석이 속공을 위해 뛰어올랐는데 야마토의 토스는 코트 사이드로 향했다. 신영석이 헛손질을 하며 어이없이 듀스를 허용했다. 송명근의 퀵오픈으로 이번에는 한국전력이 세트포인트 위기에 몰렸고, 코트 가운데 빈 곳으로 떨어진 한태준의 서브에 한국전력 아무도 반응하지 못하며 허무하게 세트를 내줬다.
양쪽 모두 3세트 마무리가 매끄럽지 않았지만, 4세트 들어 심기일전하고 나왔다. 수준 높은 공방이 세트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3세트에 이어 다시 듀스 승부에 들어갔다. 4세트를 지배한 건 한국전력 ‘특급 조커’ 구교혁이었다. 4-4 동점에서 엘리안을 대신해 들어간 구교혁은 팀 공격을 주도하며 4세트에서만 서브 에이스 1개를 포함해 9득점 했다. 25-26 위기에서 구교혁이 연달아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며 전세를 뒤집었고, 최고참 신영석이 코트 끝을 절묘하게 때리는 서브 에이스로 경기를 끝냈다.
한국전력은 이날 20득점은 커녕 15득점을 기록한 선수도 없었다. 그러나 무려 5명이 10점 이상 올렸다. 신영석과 임성진이 나란히 12득점을 했고, 전진선이 11득점, 서재덕과 엘리안이 10득점을 했다. 구교혁은 4세트에서만 9점을 몰아서 때렸다. 아히가 23득점한 우리카드에 맞서 그야말로 ‘수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세터 야마토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사인을 낼 때 선수들 모두가 자기가 때리고 싶다는 표정이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2 블로킹이든 3 블로킹이든 점수를 내줄 선수들이 많다. 구교혁을 비롯해서 비주전 선수들도 다들 그런 능력을 갖고 있다”고 팀 공격수들을 칭찬했다.
4세트 ‘게임 체인저’로 톡톡히 활약한 구교혁은 “(권영민) 감독님이 분위기를 바꾼다기보다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경기 막판 계속 공을 올려줬다. 저를 믿어준다는데 감사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이날 승리로 3연승, 승점 7점을 기록하며 리그 선두 현대캐피탈과 승점 동률을 이뤘다. 앞서 2경기에서 모두 풀세트 끝에 이긴 터라 승점 3점은 이날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