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지검이 성소수자 축제인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막았다는 혐의 등을 두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을 상대로 한 수사 끝에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주최측이 거세게 반발했다. 검찰이 장기간 노골적으로 ‘봐주기식 수사’를 벌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대구참여연대는 13일 대구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주장을 폈다. 이들은 홍 전 시장 등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규탄하며 항고장을 제출했다. 축제 조직위는 검찰에 불기소 이유를 묻는 서류도 신청했다.
앞서 대구퀴어축제 조직위는 2023년 제15회 성소수자 축제를 앞두고 그해 5월 대구 중부경찰서에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축제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이에 대구시는 “시의 허가를 받지 않은 도로 점용은 불법”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축제 당일인 그해 6월17일 홍 전 시장은 대구시 및 중구 소속 직원 500여명을 동원해 축제 무대 설치를 위한 차량 진입을 막아서는 등 행정대집행을 했다.
반면 대구경찰청은 집회신고가 적법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주최 측이 신고 내용대로 행사를 치를 수 있게 인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행정 공무원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축제 조직위는 2023년 11월 대구시 및 홍 전 시장 등 대구시 간부들을 상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장을 냈다.
조직위는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집회 및 시위 장소에 난입해 집회를 방해하고, 행진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것은 집시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회 방해, 특정단체 참가배제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구지검은 약 1년 6개월 만인 지난달 23일 홍 전 시장 등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면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집시법과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가 미온적이었다는 게 조직위측의 설명이다. 축제 조직위 측은 고소 이후 한 차례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질질 끌던 검찰이 홍 전 시장의 ‘대권 도전’ 이후 이러한 결론을 내린 게 아니냐며 의심하기도 한다.
실제 지자체장 직을 사퇴하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합류한 홍 전 시장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이 나오기 불과 하루 전(4월22일)에 2차 경선 진출을 확정짓는다. 다만 그는 지난달 29일 3차 경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조직위 측은 “2023년 축제 당시 대구시 공무원들의 폭력적 저지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에도 보도가 되는 등 전 세계에 알려졌는데도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의 봐주기식 불기소 처분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사법부에 의해 계속 도전받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항고 등을 통해 피고소인들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집회시위의 자유가 모두에게 보장되도록 끝까지 투쟁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