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식 배치를 늦추기 위해 군사작전 내용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의 재판이 시작됐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정 전 실장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에 서 전 차장이 국방부 차관 시절 사드 대응 논리를 수립했다고 파악한 게 맞는지 물었다.
검찰은 "피고인이 당시 국방부 내에서 사드 현안을 처음부터 주도한 사실이 여러 문건에서 확인되고 다수 국방부 관계자 진술로 확인된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당시에는 사전에 (사드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게 국방부 내부에서 방침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방침에 따라 행동한 게 문제가 되는지도 물었고, 검찰은 "서 전 차장이 차관직을 사직한 뒤 안보실 1차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차관일 때 수립한 방침이 다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 5월 국방부 차관에서 사직한 서 전 차장이 이듬해 7월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부임한 후 사드 기지 지상수송 작전을 반대단체에 사전 통보하는 방침이 다시 진행됐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검찰에 공소장 관련 질문 부분을 석명 요구사항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석명은 불명확한 부분이 있거나 입증이 덜 된 부분 등에 관해 법원이 입증을 촉구하고 보완을 요구하는 것으로, 석명권은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에 해당한다.
검찰과 변호인은 기록 열람·복사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검찰이 보안 필요성 등을 고려해 총기록 2만여 페이지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7000 페이지 정도만 복사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하자 변호인은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비밀을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열람등사가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정 주체가 감사원이다 보니 저희도 의견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며 "유사 사례에 비춰 재판부가 결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절차를 신청하면 법원에서 열람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음 달 11일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정 전 실장 등은 이적단체가 포함된 사드 반대단체에 군사작전 정보를 알려주라고 지시한 혐의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실장과 정 전 장관은 공모해 2020년 5월께 국방부 지역협력반장에게 군사 2급 비밀인 전략무기(유도탄·레이더 전자장치 유닛) 반입 작전 정보를 사드 반대단체에 알려주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차장은 사드 반대단체에 작전 정보 제공을 약속한 뒤 2018~2021년 총 8차례에 걸쳐 지역협력반장에게 공무상 비밀인 사드 장비 및 공사 자재 반입 등 작전 정보를 알려주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