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기차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2025-06-25

전기자동차를 고를지, 내연기관차를 고를지 고민하는 시대다. 전기차가 구매 선택지에 오를 만큼 상용화가 이뤄졌다는 방증일까. 일부 부인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사실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기차는 애물단지였다. 전기차 보급률이 바닥이던 2015년에는 충전 인프라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기 힘들었고, 주행거리는 금붕어의 기억력처럼 매우 짧았다. 충전소를 찾아 떠돌던 불편은 오롯이 전기차 오너들의 몫이다 보니 “왜 실험용 쥐를 자처하느냐”, “전기차는 AAA건전지 몇 개로 움직이느냐”라는 농담은 언중유골이었다.

시대가 변했고 인식도 변했다. 'cc'에서 'kWh'로 전환 속도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몇 기통인지보다 배터리 용량이 얼마나 큰지를 따진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고 내연기관차의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전기차(친환경자동차) 시대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건축물이라고 다를까. 전기차만큼의 속도감은 떨어지나 견고하면서도 단단하게 기술 발전과 법제화가 진행 중이다. 당장 이달 말(6월 30일)부터는 민간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신축할 때 제로에너지건축물(Zero Energy Building, ZEB) 5등급 수준으로 강화된 에너지 기준을 적용받게 됐다. 따라서 민간 건설사 등은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신축할 때 에너지 성능기준 또는 시방기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ZEB 5등급 수준의 에너지 성능을 충족해야 한다. 공공부문은 이미 2023년부터 ZEB 5등급 인증을 의무화했다.

이유야 간단하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이 건물 부문에서 나오고 있고 건물 내 난방, 냉방, 조명, 요리 등 배출 환경도 다양하다. 결국 건물에서 나오는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함으로써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함이다. 이제 효율적인 저탄소 건물 건설은 건설사들의 맞닥트린 현실이 됐다. 에너지 절약을 넘어 건물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시대. 즉 주거환경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당면 과제도 만만치 않다. 공사비도 오르고 분양가도 오르니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5등급 인증을 위해서는 단열 성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여야 하는데 이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4㎡ 기준 가구당 약 130만 원의 공사비가 오를 것으로 추정되나, 건설업계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초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에너지절약으로 비용을 상쇄할 수 있고,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를 막는다는 인식을 소비와 건설사 모두 가져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을 공표한 만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제로에너지건축물을 장려하기 위해 세액 공제, 보조금, 금리 인하 대출 등 다양한 금융 관련 혜택을 제공하면서 소비자와 건설사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여기에 더해 모두가 만족할 정책이 나와야 한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에서 ZEB 인증 건물에 대한 가치를 극대화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래서 현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 그냥 되는 법은 더더군다나 없다. 전기차도 대중적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까지 지속적인 정부의 세제 혜택이 있었고, 환경 인식이 대중에게 자리 잡으면서 급격한 기술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역시 단기적인 비용 상승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 될 것이고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다. 그 서막이 ZEB 인증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