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꽤나 보수적이다. 룰은 엄격하고 에티켓은 곳곳에, 순간순간 존재한다. 에티켓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무식하고 교양 없는 인간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골프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R&A와 USGA가 개정 발표하는 룰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캐주얼해졌고 골프 옷 역시 과거에 비해 패셔너블해졌으며 파격적으로 바뀌었다. 스크린 골프는 골프인가, 게임인가 하는 논쟁을 불러왔지만, 골프와 더 빨리 가까워지는 골프와 첨단 테크놀로지의 결합의 결과였다. 거리 측정기도 플레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골프코스의 거리목으로 어림잡고 캐디의 조언에 의존했던 거리는 아주 정확하고 세밀한 숫자로 렌즈 안에서 선명하게 보인다.

골프를 라운드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외국에서만 성행하는 줄 알았던 조인골프가 대한민국에서도 널리 확산된 것이다. 과거의 골프는 이것저것을 고려해서 가장 적합하고 분위기를 거스르지 않을 4명을 한 팀으로 만들어 골프를 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골퍼들이 많이 없는 골퍼는 라운드를 하고 싶어도 멤버가 없어서 나가기가 힘들었고, 소위 멤버를 짜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이 모든 번거로움과 수고를 해방시킨 것이 바로 ‘조인골프’다. 조인골프는 “언제 시간 되냐?”라는 골퍼들의 흔한 질문을 삭제시킨다. 지금 골프앱에는 수많은 조인 티가 넘쳐나고 있다. 처음엔 낯선 사람과의 라운드에 거부감을 느끼고 주저했던 골퍼들도 한두 번 조인골프를 경험하다 보면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시간과 코스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조인골프가 참으로 ‘편리한 골프’라고 느끼게 된다. 지인이라고 해서 모두 편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불편한 지인보다는 모르는 낯선이와의 골프가 더 편하다는 말은 조인골프 세계에서는 제법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조인골프는 분명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형태의 골프다. 대한민국의 골퍼들은 이제 조인골프에 많이 익숙해졌다. 조인골프를 즐겨 다녀왔던 경험에 의하면 대부분의 동반자들은 매너와 에티켓을 갖춘 좋은 골퍼들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안 좋은 기억도 있었다. 조인골프에서 골프장에 나타나지 않은 ‘노쇼’를 경험했다는 골퍼도 있고, 역대급 비매너 골프를 만나 다시는 조인골프를 안 하겠다는 지인도 있었다. 조인골프에서 나는 어떤 동반자인가. 혹시 진상은 아닌가. 지켜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조인골프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을 조항으로 만들어 봤다. 조인골프 조심 10조다.
1. 늦지 마라. 처음 보는 사람이다
한 분 오셨나요? 그러면 조인이라 모르겠는데요라고 하지 않는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연락도 못한다.
가끔 분명 골프장엔 와서 카트에 백도 실었는데,
화장실에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스타트에 안 나오시는 사람들.
적어도 15분 전엔 나와 있자.
2. 사적인 질문은 자제하자. 그 사람은 나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
이런 경우가 한 번 있었다.
몇 살이냐, 하는 일이 뭐냐… 요즘 그 업계는 어떠냐,
아들에게 어느 대학 다니냐.
청문회도 아닌데 말이다.
3. 사적으로 친해지려 하지 말자. 사적인 관계가 싫어서 온 사람도 있으니
그냥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상태로 치고 싶은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자꾸 친해지려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서로 맞으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것이다.
4. 술을 강요하지 말자. 그게 싫어서 조인 온 사람이다
아주 가끔 원하지도 않는데,
전반 9홀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술판을 벌이려는 조인골프 멤버가 있다.
5. 내기하지 마라. 서로 너무 모르지 않나
가끔 조인골프에서 정말 얼떨결에 내기했다가
돈을 잃었다는 사람도 있다.
6. 굿샷에 리액션을 아끼지 마라
비록 처음 만났지만,
5시간을 함께하는 동반자니까
굿샷에 대한 리액션은 크게 하는 것이 좋다.
7. 레슨하지 마라. 그 사람이 나보다 고수일 수 있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잘난 척하다가 망신당할 수도 있다.
8. 애정 행각은 적당히 하자. 골프에 전념하고 싶어서 온 사람이다
SNS에서 봤는데, 조인한 커플이
버디를 했다고 그린 위에서 키스를 하고,
카트 안에서 끊임없이 애정 행각을 해서
라운드가 힘들었다고 하더라.
9. 돈 계산은 정확히 하자. 정확한 정산이 조인의 미덕이다
아직 당해 보지는 않았지만,
가끔 조인골프에도 그늘집 먹튀가 있다고 한다.
10. 말을 많이 하지 말자. 그러다가 더 말 많은 사람 만난다
정말 말 많은 골퍼를 만나
그 사람의 주위를 절대 맴돌지 않고
피해 다녔던 기억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골퍼들은 이렇지 않다. 소위 조인골프의 진상은 소수일 것이다. 이 10가지 조항은 소수의 진상 골퍼들에게 하는 말인데, 그들은 정작 이 글을 안 볼 것 같다.
강찬욱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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