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 외교 실패...일본·홍콩 들어갔는데 한국 오픈 빠졌다

2025-08-26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과 R&A가 27일(한국시간) 마스터스와 디 오픈의 출전 자격 규정을 개정했다. 내년부터는 스코티시 오픈, 스페인 오픈, 일본 오픈, 홍콩 오픈, 호주 오픈, 남아공 오픈 우승자에게 메이저 출전권이 주어진다. 반면 PGA 투어 대회 중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받는 가을 시리즈 대회 우승자 초청은 폐지됐다.

두 메이저 대회를 주관하는 단체는 “역사가 깊은 내셔널 오픈 챔피언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전 세계 선수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각 지역에서 골프를 알리며 대회의 수준을 한층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정은 사실상 마스터스가 디 오픈의 ‘퀄리파잉 시리즈’ 방식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까지 디 오픈은 한국오픈을 포함한 전세계 11개 대회를 통해 출전권을 배분했다.

호주 오픈, 뉴질랜드 오픈, 남아공 오픈,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인터내셔널 시리즈 마카오, 코오롱 한국오픈, 미즈노 오픈, 메모리얼 토너먼트, RBC 캐나다 오픈, 이탈리안 오픈,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상위 1~3명에게 디 오픈 티켓을 줬다.

한국오픈은 지난해까지 2장의 출전권을 배정받았으나 올해는 1장으로 줄었다. 내년 퀄리파잉 시리즈 일정은 9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마스터스, 디 오픈의 출전 자격 개정에 한국이 빠진 건 충격적이다. 한국은 세계 3위 규모의 골프 시장이자 꾸준히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해온 나라다. 골프 열기와 소비 규모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시아에서 일본 시장과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한국을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일본오픈은 1927년 창설돼 전통이 깊지만, 홍콩오픈은 1959년 시작돼 1958년 출범한 한국오픈보다 역사가 짧다. 게다가 시장 규모나 골프 인구 면에서 한국은 홍콩보다 약 50배 이상 크다. 한국이 두 메이저 대회에 지불하는 중계권료만 해도 홍콩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국은 오히려 골프를 ‘녹색 아편’이라 부르며 부패의 상징으로 취급해온 나라다.

한국의 골프 인구는 스크린 골프까지 포함해 600만 명을 넘어 일본(550만)을 추월했다. 홍콩(10만), 스코틀랜드(40만), 스페인(30만), 호주(380만), 남아공(5만)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특히 홍콩을 포함시키고 한국을 배제한 건 객관적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대한골프협회(KGA)의 스포츠 외교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통한 한 골프 관계자는 “KGA가 이런 움직임을 알고나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에 선정된 대회들이 아시안 투어(홍콩), 일본 투어, 선샤인 투어(남아공), 호주 투어, 유럽 투어의 대표 내셔널 타이틀 대회임을 고려하면, KPGA 코리언투어는 사실상 국제적 인정을 받지 못한 셈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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