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4배 비싸도 인기…장관 딸도 다닌 우즈베크 인하대

2025-12-04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힘들고 때로는 두렵기도 했지만, 이곳의 교수님 등의 지지가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어요. 지금의 저를 이끌어주는 원동력이죠.”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소재 타슈켄트 인하대(Inha University in Tashkent·IUT)에서 만난 졸업생 루스타모바 말리카와 바호디르혼 아지즈혼은 소감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이날 졸업식에서 IUT 컴퓨터·정보공학부 학사 학위를 수여받은 둘은 각각 우즈베크 청년이 선망하는 IT기업 우줌(Uzum)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카르먼(Karmon)AI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 달라는 주문에 두 졸업생은 IUT를 상징하는 파란색 후드를 매만지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IUT는 2014년 10월 개교한 우즈베크 정부부처(디지털기술부) 산하 공립대학이다. 우즈베크 진출에 적극적이었던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이슬람 카리모프 전 우즈베크 대통령의 교감 아래 설립된 양국 교육협력의 결실이자 K-교육 수출의 산실이다. 인하대라는 이름 때문에 한국 인하대의 해외 분교로 오해할 수 있지만, 실은 우즈베크 정부와 현지 기업의 출연금으로 설립된 우즈베크 현지 대학이다.

다만 인하대와 동일한 교과과정과 평가 방식(학점제)을 적용한다. IUT 총장은 우즈베크인이지만, 모든 학사 운영과 입시는 인하대가 파견한 부총장 주도로 진행된다. 인하대 관계자는 “IUT는 한국 최초의 대학 단위 교육 수출 사업”이라며 “과거 부정과 비리가 만연했던 우즈베크의 고등교육계도 IUT 설립 이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졸업생 말리카는 “인하대와 똑같은 시스템과 엄격한 입시·교육과정은 IUT를 우즈베크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IUT는 컴퓨터·정보공학부와 물류·경영학부 등 2개 학부를 운영한다. IUT 학생들은 우즈베크에서 공부하지만, 졸업할 때는 인하대와 동일한 학위를 취득한다. 국내대학이 외국대학으로 하여금 국내대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하고, 그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에게 국내대학 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는 고등교육법 21조 2항에 따라서다. 당초 없던 법이지만, 인하대가 IUT 학생들에게 인하대 학위를 수여하기 위해 교육부와 국회에 입법 필요성을 설득한 끝에 2017년 개정됐다. IUT는 2018년 첫 졸업생을 낳은 이래 지난해까지 총 191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번에 학위를 받은 8회 졸업생 307명(컴퓨터·정보공학부 213명, 물류·경영학부 75명, MBA 과정 19명) 중 97.7%(300명)가 우즈베크 국적이지만,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한다. 등록금이 현지 타 대학의 약 4배 수준인데도 졸업 후 국내·외 IT 업계나 정부부처, 해외 유수 대학에 진출할 수 있다는 강점 덕에 현지에서는 IUT 전담 입시 학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번 졸업생 중 2명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졸업식에는 성용락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조명우 인하대 총장, 김교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 원도연 주우즈베크 대사가 참석했다. 우즈베크 측에서는 보부르 압둘라예프 IUT 총장과 셰르조드 셰르마토프 디지털기술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IUT 초대 총장을 지낸 셰르마토프 장관의 딸도 IUT 출신이다. 주라벡 미르자마흐무도프 우즈베크 에너지부 장관도 이날 컴퓨터·정보공학부를 졸업한 딸을 축하하기 위해 학부형 자격으로 졸업식에 참석했다.

조명우 총장은 졸업식 축사에서 “IUT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은 개인의 성취에 그치지 않고, 우즈베크의 미래를 이끄는 소중한 힘이 될 것”이라며 “이곳에서의 배움은 조용하지만 강한 애국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김교흥 위원장은 “IUT의 교육은 단순한 학위 취득을 넘어 두 나라 공동의 약속과 협력 정신을 이어가는 의미가 있다”며 “여러분과 같은 젊고 유능한 인재가 한-우즈베크 협력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 동문인 김덕영 보미건설 회장은 이날 IUT 졸업생들을 “우리 인하대 후배들”이라고 부르며 “선배인 저는 여러분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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