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tvN과 티빙을 통해 처음 공개된 드라마 ‘원경’은 방송 직후부터 주요 포털사이트의 메인 뉴스를 장식했다. 이 드라마가 2025년 처음 공개되는 OTT 오리지널 드라마여서는 아니었고, ‘더 글로리’와 ‘도적’ 등으로 눈길을 끈 차주영과 이현욱의 작품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티빙과 tvN의 공개분에서 달라진 편집 즉 노출수위가 화제였다. 조선 3대 왕 태종 이방원과 그의 부인 원경왕후 민씨의 이야기를 다룬 ‘원경’은 이날 오후 2시 공개된 티빙 분량 1회에서 초반부터 농도 짙은 베드씬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원경왕후 역 차주영의 가슴이 노출되는 등 온라인은 ‘원경’의 노출과 관련된 화제가 이어졌다.
‘원경’은 ‘부암동 복수자들’ ‘머니게임’을 연출한 김상호 감독의 작품이다. 김 감독은 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tvN과 티빙 버전을 나눈 이유에 대해 “태종 이방원이 조선국왕 중에서는 후궁정치를 처음 시작한 왕이고 그럼에도 원경왕후와의 사이에서 자녀도 많이 낳았다”며 “애증의 관계를 왕과 왕비, 남편과 부인의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좀 더 자극을 끌어올린 분량을 편집없이 넣은 버전을 OTT인 티빙에 선보이고, 이를 15세 이하 관람불가 버전으로 재편집한 것을 tvN 월화극으로 꾸리는 전략이다. 이렇게 노출수위를 끌어올린 작품은 최근 안방에서 부쩍 관측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9월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우씨왕후’가 자극적인 노출과 동성 베드씬 등 파격적인 설정으로 논란이 됐고,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트렁크’ 역시 조연 조이건과 정윤하의 베드씬이 화제가 됐다. 올해 안방극장의 포커스가 로맨스로 대거 옮겨오면서 이러한 경향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명 OTT가 안방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된 것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꽤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tvN의 경우는 티빙과 콘텐츠를 교류해 병행하는 전략을 택한 지도 오래됐다. 그런데 왜 이렇게 15금, 19금으로 콘텐츠를 나눠 공개하는 전략을 택하게 됐을까. 여러가지 분석이 따른다.
대중문화 평론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를 작품의 성공을 위한 일종의 ‘유인책’으로 예측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결국 다양한 수위를 수용하는 것이 OTT의 강점인데 이를 세게 하거나, 약하게 하는 등 다변화를 하는 것이다. 특히 OTT 티빙의 경우는 TV 플랫폼 tvN을 같이 가지고 있기에 병행전략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헌식 평론가 역시 “미디어 환경에 따라 상황을 넘나드는 부분이 있다. 그런 점이 티빙이라던지 tvN 사극의 새로운 흐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번 ‘원경’의 경우에는 원경왕후가 전통적인 다른 작품의 중전마마라던가 지략가의 면모 못지않게 요염한 왕후로 그려지는 부분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지금 온라인 미디어의 수위에 익숙한 대중에게 지상파나 케이블의 드라마는 밋밋하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는데, 갑자기 케이블의 수위를 높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약이 있으므로 OTT를 통해 수위를 높이는 우회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 노출 논란이 작품성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진 ‘우씨왕후’나 기간제 결혼이라는 설정으로 결국 ‘성매매 미화’와 관련된 논란으로 작품에 대한 분석이 가려진 ‘트렁크’의 경우처럼 자극이 작품성의 측정을 방해하는 단계로 올라서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하재근 평론가는 “아무래도 작품성보다는 자극성을 올리는 일이 손쉽다. OTT 플랫폼의 경쟁에 따라 이런 경향이 격화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을 위해 수위가 올라가는 부분은 필수 불가결하더라도 작품성이 아닌 자극성 경쟁으로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헌식 평론가 역시 “관능성으로 집중하는 것은 결국 예정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작품에 완벽을 기하면서 앞부분에 관심을 끄는 요소로 작동해야 한다. 완성도 있다는 평판을 받아야 오른 수위도 납득받을 수 있다. K-드라마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결국 핵심은 ‘수위 때문에 볼 것인가, 작품성 때문에 볼 것인가’이다. 이미 수위나 노출로 작품에 왈가왈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결국 작품의 완성도에 노출이나 수위 부분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피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