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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와는 차원 다른 미국 우선주의 외교 폭주
예측불가 제안으로 우위 확보 트럼프식 협상
7일 미·일 정상회담 결과 참조 대응책 세워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강압 외교가 연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취임한 지 채 20일도 안 됐는데 트럼프발 퍼펙트 스톰은 2017~21년 집권 1기 때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최근 트럼프는 미국이 직접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해 소유하고 주민들을 인접 아랍국가로 강제 이주시킨 뒤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의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충격적인 구상을 내놓았다.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에 이어 또한번 새로운 미국식 제국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구상은 그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적극 지지해온 ‘두 국가 해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20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는 사실상 ‘인종 청소’라는 반인도주의적 행위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은 물론 주변 아랍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이 구상의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트럼프가 왜 이런 제안을 했는지 그 속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2015년 저서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에서 자신이 역사서를 많이 읽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나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상대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스라엘 언론도 이번 구상에 대해 손자병법의 삼십육계 중 하나인 타초경사(打草驚蛇)를 언급하면서 “트럼프가 중동에서 풀을 때려 가자지구의 뱀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협상에서 판을 흔드는 제안을 해 상대방을 극도의 혼란에 빠뜨린 후 기존 입장을 바꾸도록 유도해 자신에게 유리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물론 협상의 최종 목적은 미국의 승리다.
실제로 주변 아랍국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이달 중 미국을 급히 방문할 예정인데, 그간 경제난과 안보 불안으로 미국에 의존해온 두 나라에 트럼프의 가자구상은 악몽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트럼프의 이런 강압 외교가 특정 국가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미국의 동맹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트럼프 2기 첫 미·일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대미 무역 흑자국(미 상무부에 따르면 2024년 일본과 한국의 대미 흑자 규모는 각각 685억 달러, 660억 달러로 8위와 9위)이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중국 정책 등 사실상 모든 외교·안보·통상 현안에서 유사한 입장에 놓여있다. 현재 일본은 미국 에너지 수입과 대미 투자를 늘려 관세 폭탄을 피하고 미국산 무기 구매와 국방예산을 늘리겠다는 입장인데, 이번 회담 결과를 보면 향후 한국의 대응방안 수립에 시사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탄핵 사태로 정부 간 소통이 사실상 가로막힌 상황에서 오는 19~20일 예정된 재계 경제사절단의 방미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사절단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등을 만날 예정이며, 트럼프 면담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서명한 ‘미국우선 무역정책’ 행정 각서를 통해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정이 필요한 부분,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과 글로벌 추가 관세 부과 방안 등을 4월 1일까지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에 민관의 대응이 따로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