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도심 한복판, 수십억원짜리 부동산이 15년간 주인 없는 빈집으로 방치됐다. 치매 환자가 유언 없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결국 그 집은 낡고 위험한 사회의 짐이 됐다. 이 사건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말 못 하는 돈’이 된 치매 어르신의 자산이 한국 경제도 짓누르기 시작했다.
고령 치매 환자의 자산을 뜻하는 ‘치매머니’가 국내에선 처음 전수조사됐다. 2023년 기준 154조원, 국내총생산(GDP)의 6.4%에 달한다. 보호도, 활용도 되지 못한 채 잠들어 있는 돈이다. 돈이 있어도 쓸 수 없으면 삶은 파탄 난다. 경제도 활력을 잃는다. 일본에선 치매 노인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는데, 나중에야 은행에 1100만 엔(1억577만원)을 저축해둔 사실이 드러났다.
가족이 위험이 되는 일도 적지 않다. 국내에선 한 자녀가 치매 어머니 명의로 대출을 받고 수천만원을 인출했다. 결국 어머니는 병원비도 못 내고 생을 마감했다. 치매 자산 보호의 1차 방어선은 ‘신뢰’가 아니라 ‘제도’여야 한다. 일본과 미국은 공공신탁이나 후견제도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치매는 기억을 지우지만, 사회는 그 사람의 자산과 존엄까지 지워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