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앞 등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어린이가 거의 다니지 않는 심야에도 차량 운행 속도를 줄이도록 하는 현행법이 위헌인지를 두고 헌법재판소가 첫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6일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2일 도로교통법 제12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로 회부해 심리 중이다. 7명 재판관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유치원, 초등학교 주변 도로 등을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자동차 등의 통행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한 현행법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헌법소원을 낸 채다은 변호사(법무법인 한중)는 지난 1월17일 새벽 4시41분쯤 경기 안양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을 시속 48㎞로 지나가 과태료 4만원을 내야 했다. 채 변호사는 과태료 처분에 이의를 제기해 즉결심판(경미한 범죄에 대해 정식 수사·재판을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처벌하는 약식재판)을 청구하고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재 판단을 구하기로 했다.
채 변호사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어린이들의 통행이 많은 곳에서 속도를 제한하는 건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모두 인정되지만, 심야 시간대나 명절 연휴까지도 예외 없이 단속하는 건 일반 시민의 행동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단속 시간대를 일부 제한하는 식으로 예외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채 변호사가 헌재에 낸 청구서에는 “속도 제한에 예외를 두지 않은 것은 어린이보호구역 제정으로 얻는 공익(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일반적 행동 자유권과 사생활의 자유 등)이 더 큰 경우”에 해당해 ‘침해의 최소성 원칙’ 등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어 “미국, 영국, 호주는 원칙적으로 평일 등하교 시간에만 스쿨존에서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덜 제한적인 방법을 선택해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했어야 한다”며 “시간적인 예외를 두는게 불가능하지 않은데도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제한을 둔 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헌재가 도로교통법의 해당 조항이 위헌인지 살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에도 같은 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접수됐는데 사전 심사 단계에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90일 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해야 한다”는 헌재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각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