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강소나무의 상징적 존재로 수령 600년인 울진 대왕소나무가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 탓으로 추정된다.
녹색연합은 지난 20일 현재 울진 대왕소나무에서는 솔잎이 탈락하고 있었으며, 잔가지 끝의 솔방울과 솔잎이 갈색에서 회색을 띄면서 사라지고 있었다고 27일 밝혔다. 녹색연합은 대왕소나무가 사실상 죽음에 이른 상태라고 설명했다.
수령 600년으로 추정되는 대왕소나무는 울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소나무이자 국가산림유산이었다. 다른 금강소나무들의 평균 수령인 약 150년보다 훨씬 긴 세월 동안 금강소나무숲을 지켜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부터 고사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쯤부터는 수목의 활력이 사라지면서 녹색의 솔잎이 붉은색과 갈색으로 변했다. 지난달에는 결국 잎이 탈락하면서 죽음 직전 상태에 이른 바 있다.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던 것은 대왕소나무만이 아니다. 울진 소광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 자생하고 있는 금강소나무들 중에도 집단적으로 고사하는 개체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전에 대왕소나무 옆에 함께 자생하고 있던 금강소나무 7개체가 고사한 바 있다. 지난해 여름의 극심한 폭염은 울진과 강원 삼척 등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집단적인 금강소나무 고사를 초래한 바 있다.
울진 소광리에서는 지난해 8월쯤부터 폭염에 시달리던 금강소나무의 집단 고사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소광리 북쪽에 위치한 삼척 풍곡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용소골, 문지골, 보릿골, 중미봉 등 최소 10개 이상의 지점에서도 집단 고사가 확인됐다. 50~150년 가량 수령의 금강소나무에서 솔잎이 붉게 물들어가며 탈락하고, 고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울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과 삼척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은 행정 구역상 나뉘어 있지만, 실제로는 단일한 산림 지역이다. 조선 시대부터 왕실에서 보호했던 국가산림보호구역으로, 금강산 이남 최대의 금강소나무 서식지였다.
현재까지 확인된 금강소나무의 집단 고사 원인은 겨울철 수분 부족과 이상 고온으로 인한 수분 스트레스로 추정된다. 울진, 삼척, 봉화 지역에서는 2000년 이후 겨울철 적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2010년 이후부터는 더욱 현저히 줄어들었다. 1월 하순에 접어들었음에도 울진 소광리의 해발 500~1000m 사이 지역에서는 눈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강소나무는 한국 소나무의 원형이자 삼국시대 이후부터 한반도의 문화, 역사와 함께해 온 나무다. 지금도 국보급 문화재는 엄격한 심사를 거친 뒤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로 복원과 수리를 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울진·삼척·봉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금강소나무에 대한 특별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아울러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금강소나무 주요 서식지에 대한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관리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기후위기는 생물다양성 위기를 가져온다. 기후 스트레스로 죽어가는 금강소나무는 생물다양성 위기의 구체적인 모습이다”라며 “기후위기로 인해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살피는 것은 자연 정책과 산림정책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에 있는 국립공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등의 금강소나무 고사와 변화 상황을 생물다양성 위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집단 고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떤 조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기후위기 적응 차원에서 생물다양성 위기 대응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