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1단계 연장’ 안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일(현지시간) 인도적 구호품 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의 생존이 극심한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이스라엘의 결정을 비판했지만, 이스라엘 내에서는 “전기와 물도 끊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이 분출했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스라엘이 수용한 미국 측 휴전 중재안을 하마스가 거부했다는 이유로 가자지구에 국제사회가 보낸 구호품 반입을 전면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중동 특사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29일 종료) 기간과 유대교 명절인 유월절(4월20일 종료)까지 사실상 ‘1단계 휴전’을 연장하는 중재안을 제시했고, 이스라엘은 이에 동의했다. 하마스는 이를 “2단계 휴전 협정을 피하려는 노골적 시도”라며 거부했다.
42일간의 짧은 휴전 후 인도적 지원이 다시 끊긴 가자지구 주민들은 절망을 감추지 못했다. 알자지라와 AP통신 등은 이스라엘의 구호 전면중단 결정에 가자지구에서 식량·구호품 물가가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고, 주민들이 시장이나 유엔 등 구호단체의 창고로 달려가 물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히샴 나기는 알자지라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우리를 굶기려 했고, 이젠 사람들이 굶어죽을까 두렵다”고 했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 사는 파이자 나사르는 “기근과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전쟁 재개에 대한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사이드 알 다리는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며 “이건 삶이 아니다”라고 했다. 무스타파 바르구티 팔레스타인민족이니셔티브(PNI)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의 결정은) 전쟁범죄이자 집단 처벌로, 팔레스타인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질타도 쏟아졌다. 국제적십자사·옥스팜 등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이) 칼날 위에 놓였다”며 “가자지구 전역에서 안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인류를 위한 행동(AFH)은 이스라엘의 조치에 대해 “잔인함을 넘어, 계산적이고 체계적이며 국제법을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대량 고문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인도적 지원은 결코 전쟁의 도구로 사용돼선 안 된다”며 “전쟁 당사자 간 협상과 관계없이 가자 주민들은 즉각적인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카타르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도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기샤(GISHA) 등 5개 이스라엘 인권단체는 가자지구 구호지원 중단 금지 가처분 명령을 법원에 요청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예루살렘 시민 수천여명은 조속한 인질 귀환을 위한 휴전협상을 촉구하며 네타냐후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하레츠가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협상 결렬 시 전쟁 재개도 불사하겠다며 가자지구 일대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 정부가 최대 40만명 규모의 예비군을 소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채널 14는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전 국가안보부 장관이 “인도적 지원 중단을 환영한다”며 “지금은 지옥의 문을 열고, 전기와 물을 끊고, 전쟁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도 “(지원 중단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라며 “완전한 승리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