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AI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과 선제 조건

2025-05-16

인공지능(AI)이 개인의 삶과 기업, 국가의 모습을 바꾸는 역사의 변곡점이다. 새로운 AI 세상에서는 내가 하는 일과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이해하는 AI 에이전트 비서가 내 업무와 여가 활동 등을 챙기면서 내 삶을 24시간 보조한다. 업무와 여가 활동에 관련된 동료들이나 이들의 AI 에이전트들과 e메일이나 메신저 소통도 하면서 웬만한 의사 결정은 알아서 한다. 물론 나와 소통하면서 한다.

미·중 치열한 경쟁이 도약 기회

국가 지도자와 투자 전략 중요

예산 10% 이상을 마중물 투자

실리콘밸리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편 나의 AI 에이전트 비서는 나의 신체 활동과 혈당 수치와 심장 박동수 같은 신체 센서 데이터도 모니터링 하면서 일과 여가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병원 외래 진료를 갈 때는 이런 신체 활동과 센서 데이터 등의 라이프 로그를 분석해 의사에게 상담할 내용도 준비해준다. 집에서는 AI 에이전트로 구동되는 가정용 휴머노이드가 청소와 빨래, 설거지를 해준다. 병원과 요양원에서는 전문화된 의료용 휴머노이드가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보조하면서 24시간 환자와 노인들을 돌보며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조선업, 제조업이나 건설 현장 등에서는 작업에 전문화된 휴머노이드가 위험한 일을 대신하거나 노동력의 노령화로 근로자를 구하기 힘든 분야에서 일을 수행한다.

열흘 전 HD현대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미국 휴머노이드 벤처기업 페르소나 AI와 조선 용접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AI 시대에는 사람은 정해진 매뉴얼이 없는 새로운 유형의 업무나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비정형 업무, 사람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담당한다. AI 에이전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데이터가 쌓이면 스스로 학습해 진화한다. 세상이 전문화된 사람과 진화하는 AI 에이전트, 휴머노이드의 네트워크로 바뀐다. 일하는 문화도 바뀌고 사회도 바뀐다. 이 과정에서 교육도 바꿔야 한다. 현재 입시제도가 유지된다면 미래 AI 시대에 독이 될 것이다.

AI 시대에는 국가는 정부 기관별로 분절된 대국민 행정 서비스들을 국민과 기업의 관점에서 통합해 원스톱 AI 에이전트 서비스로 바꿔야 한다. 벤처 창업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는 창업자가 주주의 자본금을 모아 대법원 산하의 등기소를 통해 법인 등기를 우선 한다. 이후 법인 등기부를 가지고 은행에 가서 기업 계좌를 만든 후 자본금을 옮긴다. 세무서와는 사업자 등록도 따로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 피고용자 보험 신고도 해야 한다.

원스톱 창업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구축하면 법원과 국세청,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에 흩어진 행정 기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 창업자는 창업 신청 즉시 바로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다. 즉, 벤처 창업자가 이 AI 에이전트를 통해 이사와 감사, 주주와 주주당 납입 자본금 및 주금 인출 계좌, 법인 계좌 개설 은행, 피고용인 정보를 입력하면 국가는 기업 설립을 바로 인가할 수 있다.

AI 시대에는 전쟁도 AI와 로봇이 앞장서 하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팔란티어, 스페이스X 같은 기업들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국방 체계를 무인화하기 위해 안두릴(Anduril), 쉴드(Shield)AI 같은 국방 AI 벤처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 하드웨어 없는 국방은 생각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제조 역량이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들의 역량을 크게 앞지르게 됐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조선업, 제조업 등에서 미국과 보완적인 산업생태계를 가진 한국과 협력할 수 밖에 없다.

미·중 패권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단층지대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이 지정학적 상황과 AI 때문에 전례 없는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문제는 국가의 리더십과 전략이다.

대한민국의 AI 출발은 늦지 않았다. AI 시대를 내다본 새로운 인재 양성과 연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서울대 AI 연구원(전 빅데이터연구원)은 2014년 초 미국 UC버클리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의 데이터사이언스 이니셔티브와 같은 때에 출발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보다도 빨랐다. 교육부 지원으로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을 추진하면서 과기부의 AI 대학원 프로그램도 같이 만들었다.

그러나 그동안의 성과를 돌이켜 보면 정부와 민간의 AI에 대한 투자는 규모도 턱없이 부족하고 우리 산업 생태계의 강점을 살리는 전략도 없었다. 앞서간 미국과 중국의 뒤를 쫓는 전략으로는 현재의 기회를 살릴 수 없다.

경제와 행정, 국방, 안보 등 국가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AI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AI 3위 강국이라는 구호만으로 되지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부총리로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AI 위원회 아래 수석 부총리급 AI 부위원장이 모든 정부 부처 예산의 최소 10%를 행정 AI, 국방 AI, 의료 AI 등 AI 산업 생태계 구축의 마중물로 투자하는 책임을 질 때 우리가 잘하는 몇 개의 분야에서 세계 제1, 제2의 AI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I 국수주의를 경계하고 자유 세계에서 AI를 선도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명예교수(초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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