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generated image @ChatGPT 4o
참 좋은 시절이다. 메인보드 한 장에 CPU, 메모리는 물론 사운드 칩셋까지 올라가는 시대니 말이다.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 기준, 판매되는 메인보드의 97% 이상이 저가형 리얼텍 사운드 칩셋이 장착되어 판매될 정도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소비자들 스스로가 PC 사운드의 가치를 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 아닐까?
▲ 내장형 사운드 카드 Creative Sound BlasterX AE-5 PLUS<179,100원>
<이미지 출처 : Youtube 'RA Visual' 영상 갈무리>
스피커나 헤드셋이 아무리 좋은 제품일지라도 PC에서 출력하는 사운드 소스의 수준이 낮다면 고급진 사운드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요즘 게임이나 영화들은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제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는데, 정작 사용자들은 절반의 효용도 못 느끼는 상황이다. 본인이 좋은 스피커, 고급형 헤드셋을 가지고 있다면 잊혀진 존재, 사운드 카드를 구입할 때가 왔다. 요새는 어떤 사운드 카드가 트랜드를 이루고 있을까?
▲ 전설의 시작, Creative Sound Blaster 1.0의 기판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잠시 옛 기억을 떠올려보자. 불과 20여 년 전에는 사운드 카드를 따로 장착해 줬어야 했다. 메인보드 칩셋도 인텔이니 AMD에 그치지 않고 엔비디아, VIA, SiS 까지 거의 무한 경쟁 시절이었으니 사운드 카드 제조사들끼리의 전쟁도 상당히 치열했다. 요즘 사운드 카드 시장은 그 전쟁에서 최종 승리한 Creative Labs(이하 크리에이티브)과 몇몇 잔존 세력(?)들이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기술이 발전한 만큼 예전 사운드 카드와는 비교도 안될 스펙으로 진화했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PC에게 소리를 선물한 사운드 블라스터 [그땐 그랬지]>
▲ Creative Sound Blaster ZX에 장착된 CIRRUS LOGIC CS4398-CZZ DAC 칩셋
<이미지 출처 : 다나와 '사과수박배딸기'님 사용기>
먼저 메인보드에 기본으로 장착된 저가형 사운드 칩셋과 별도로 장착하는 사운드 카드의 변별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PC 구동에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 아니라 ‘사치품’에 속하는 영역이라 이런 당위성이 정말 중요할 것이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DAC다.
▲ Creative Sound BlasterX AE-5에 장착된 'ESS 9016' 32비트 DAC
<이미지 출처 : www.vortez.net>
DAC는 Digital Analog Converter의 약자로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핵심적인 장치다. 사운드를 논하는데 무슨 디지털, 아날로그냐 싶지만 PC에서 스피커를 통해 사운드가 출력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먼저 PC에서 게임이나 영화, 음악 신호를 출력하는 것은 디지털이다. 이 디지털 신호가 3.5파이 케이블이나 동축 케이블을 통해 스피커 혹은 헤드폰, 이어폰으로 전송될 때 아날로그로 변환이 된다. 물론 옵티컬 방식 같은 디지털 신호로 전송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원하는 메인보드는 소수다.
▲ 32비트 384kHz 샘플링 레이트를 지원하는 Creative Sound BlasterX G6<179,100원>
이런 변환 과정에서 DAC가 지원하는 오디오 해상도와 샘플링 레이트에 품질이 좌우된다. 보통 일반적인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 칩셋은 최대 24비트, 192kHz 샘플링 레이트를 제공한다. 하지만, 외장형 사운드 카드인 Creative 사운드 블라스터X G6는 32비트 384kHz 샘플링 레이트이기 때문에 구현해 내는 소리의 범위가 넓고 풍부하다. 가령 주인공의 음성과 주위 폭발음이 함께 어우러지는 콘텐츠의 경우 어느 한 소리가 왜곡되거나 큰소리에 작은 소리가 묻히는 경우를 줄여 더욱 몰입감 있는 청취가 가능하게 된다.
▲ 무선 헤드셋은 신호 전송 시 DAC를 거치지 않는다. Cosair HS80 RGB Wireless<168,000원>
그러나 시대가 바뀐 만큼 DAC의 가치도 살짝 줄어들었다. 기존 아날로그 전송 방식에서 탈피, USB 단자를 통한 디지털 신호로 전환하는 제품도 많아 DAC를 거치지 않아도 될 상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거추장스러운 케이블에서 벗어나 블루투스를 통한 무선 전송 방식도 헤드셋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DAC의 중요성은 그만큼 감소하는 추세라 하겠다.
▲ 10만 원대 보급형 메인보드의 I/O 패널. 프론트 스피커 출력 단자만 제공한다.
반면 다채널 사운드 출력 차원에서는 사운드 카드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보통 5.1 채널이나 7.1 채널까지 구성된다. 메인보드 내장형 사운드 칩셋도 다채널을 지원하지만, 저가형 제품의 경우 이를 모두 출력할 단자를 제공하지 않는다. 보통 녹색으로 표시되는 프론트 스피커 단자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 40만 원대 고급형 메인보드의 I/O 패널. CS, RS는 물론 옵티컬 단자까지 제공한다.
역시나 돈의 힘이 강한 분야다. 2-30만 원대 이상 고급 메인보드 정도는 되어야 검은색으로 표시된 RS-OUT, 즉 후방 서라운드 채널과 주황색으로 표시된 CS-OUT, 즉 중앙 스피커와 서브 우퍼 채널 출력 단자를 제공한다. 따라서 사운드 카드를 구입하지 않고 5.1 채널 이상 서라운드 사운드를 연출하려면 PC를 구입할 때 메인보드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운드 카드 중 내장형 제품들은 대부분 I/O 패널 쪽에 다채널 오디오 출력 단자를 제공한다. 요즘은 각종 OTT 사이트에서 돌비 애트모스나 5.1 채널 서라운드 사운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넷플릭스는 프리미엄 요금제 사용 시 5.1 채널 서라운드와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한다. 심지어 애플TV 플러스는 모든 콘텐츠에서 5.1 채널 서라운드 사운드와 돌비 애트모스를 경험할 수 있다. 헤드셋 유저는 해당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홈씨어터 시스템이 PC에 연결되어 있다면 당연히 이런 다채널 소스에 대비해야 100% 효용을 얻을 것이다. 더불어 3.5파이 아날로그 케이블 여러 개 대신 옵티컬 케이블 1개를 AV 리시버로 연결해 다채널 서라운드 사운드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 방법 역시 저가형 메인보드는 단자를 제공하지 않아 별도의 장비, 즉 사운드 카드가 필수다.
▲ Xamp의 작동 방식 개괄도
배틀그라운드의 전 세계적인 히트로 부각된 이른바 '사플'의 개념에도 사운드 카드의 중요성을 붐업시켰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적군의 발소리가 나는 방향을 공간적 분리감으로 잘 연출하고 작은 발소리를 증폭시키는 수단이 필요하다. Creative Sound BlasterX G6나 내장형인 AE-5 PLUS의 경우 XAMP라는 개념으로 좌, 우 오디오 채널에 독립적인 AMP를 적용한다. 헤드폰 좌우 채널을 개별적으로 증폭하면 두 채널 간 간섭이 줄어들고 더 깨끗하고 선명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이는 사운드의 공간적 분리감을 명확히 구현하기 때문에 소리의 방향이 중요한 배틀그라운드의 '사플'에 결정적인 수단이 된다.
사운드 카드 제조사가 제공하는 커스터마이징 소프트웨어도 큰 장점이다. 물론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 칩셋에서도 비슷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나 기능 자체가 미비하여 비교가 안될 수준이다. 여러 환경에 특화된 다양한 오디오 프로파일은 물론 특정 게임에 최적화된 프로파일을 클릭 몇 번으로 설정할 수 있다. 더불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이퀄라이저 셋팅도 가능해 게임과 콘텐츠 감상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 비교적 최신 제품인 Creative Sound Blaster X4<179,100원>
장점을 알아봤으니 최근 사운드 카드는 어떤 제품이 팔리고 있나 슬슬 궁금해질 것이다. 요즘 사운드 카드는 외장형이 주목받는다. 예전엔 보기 힘들었던 외장형 사운드 카드가 득세를 한 것이다. 외장형 사운드 카드는 보통 PCI 슬롯에 장착되는 내장형 사운드 카드와는 달리 USB 방식으로 PC에 연결되며 대부분 게이밍 콘셉트의 디자인으로 출시된다. 그만큼 스피커보다는 헤드셋에 더욱 장점이 있는 장비라 하겠다.
▲ 스트리머 전용 기능을 추가로 제공하는 Creative Sound Blaster GC7<199,000원>
USB 방식으로 PC에 연결되어 별도의 박스 형태 장비에 볼륨 조절 다이얼과 다양한 입출력 단자를 제공한다. 특히 USB-C나 옵티컬 단자 등 메인보드 사운드 칩셋이 제공하지 않는 다양한 입출력을 지원해 이른바 오디오 허브 역할까지 맡아주니 일석이조의 효과라 하겠다. 이런 형태는 PC뿐만 아니라 노트북에도 연결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으로 발휘된다. 전통의 강호 Creative가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라 다양한 제품의 경쟁이 없다는 것이 약간 아쉽다.
▲ 라이트컴 COMS HA005 (정품)<19,120원>
시중에는 강력한 기능으로 똘똘 뭉친 Creative의 제품이 많지만, 게이밍 노트북 환경에서 오직 헤드셋 연결만을 위한 제품도 존재한다. 라이트컴이나 젠하이저 제품이 그러한데, 볼륨 조절 다이얼과 채널 변경 버튼, 그리고 헤드셋에 관련한 단자를 제공한다. 가격도 1만 원대라 게이밍 노트북 유저에겐 상당한 메리트가 있는 제품이다. 연결도 USB 방식이라 DAC 걱정 없이 원활한 '사플'이 가능하다.
외장형 사운드 카드 판매량 점유율 Top3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 기준, 2023. 11~2024. 10>
1위 / Creative 사운드 블라스터X G6<179,100원>
2위 / Creative 사운드 블라스터X G1<46,710원>
3위 / 티에프엔아이엔씨 코드웨이 USB A to 4극 외장형 사운드카드<13,550원>
▲ 2014년 출시되어 명맥을 10년 간 이어온 Creative Sound Blaster AUDIGY RX<98,100원>
내장형 사운드 카드는 전통적인 모습 그대로다. 그만큼 외장형 사운드 카드만큼 발전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무려 2014년에 출시된 제품이 가장 인기가 많을 정도다. 남는 PCI 슬롯에 장착되며 후면 패널을 한 칸 차지하며 옵티컬 단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날로그 다채널 단자 위주라 오디오 허브 역할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대로 말하면 헤드셋보다는 다채널 스피커 셋팅에 더 집중한 형태라 하겠다.
▲ Creative Sound Blaster Z SE<125,100원>
주렁주렁 PC 외부에 다른 장비가 나오는 것이 싫고 깔끔하게 정리가 필요한 사용자에겐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조립과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장형 사운드 카드보다는 주목도나 판매량이 저조한 편이다. 결론은 자신이 헤드셋을 쓰느냐 스피커를 쓰느냐에 따라 외장형, 내장형 사운드 카드를 선택하면 되겠다.
내장형 사운드 카드 판매량 점유율 Top3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 기준, 2023. 11~2024. 10>
1위 / 라이트컴 COMS SW692 사운드카드<13,460원>
2위 / Creative 사운드 블라스터X AE-5 PLUS(블랙)<179,100원>
3위 / Creative 사운드 블라스터 AUDIGY FX<53,100원>
▲ AI generated image @ChatGPT 4o
지금까지 그동안 잊혀진 존재, 사운드 카드의 장점과 현주소를 알아보았다. 무엇보다도 사운드 카드 시장의 전반적인 방향성이 게이밍 콘셉트로 일관되게 진행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당연히 다채널 스피커보다 헤드셋 유저들을 위한 기능이 더욱 발전했을 터. 하지만, OTT 서비스들이 앞다투어 다채널 서라운드 사운드와 돌비 애트모스를 지향하는 추세라 콘텐츠 감상용 홈씨어터 PC 구축에도 분명 메리트가 있는 장비라 할 수 있다. 특히 20만 원대면 고급형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고급 헤드셋, 고급 스피커와 더불어 함께 구입하면 효용이 확실히 올라가는 '꿀템'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추위가 찾아온다. 연말이든 크리스마스든 상관없이 따뜻한 집에서 사운드 빵빵한 게임이나 웅장한 영화를 감상하며 견뎌보는 건 어떨까?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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