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대전환이 전 산업을 관통하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급속히 전환되는 상황에서,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는 “인공지능 전환(AX) 시대에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인재 확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제조업이 AI 전환에 실패하면 10년 내 상당 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위기감의 표출이 아니다. 기술보다 더 본질적인, '사람'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AI를 제조업에 접목한다고 해서 당장 혁신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현장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해법을 AI로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결국 인재가 혁신의 본질이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산업데이터 표준 확산 기반구축 사업'은 이러한 인재 양성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산업 현장의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증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이론 중심의 교육을 넘어 실질적 역량 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첨단 제조업 중심지이자 우수한 산학연 인프라를 보유한 지역이다. 이점을 살려, 대학·연구기관·기업이 연계하는 프로젝트 기반 교육(PBL)을 확대해야 한다. 졸업과 동시에 실무에 투입 가능한 실전형 인재를 양성하려면, 교육과 산업이 맞닿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산학연 컨소시엄 참여 기관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성과 기반 인센티브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AI 교육은 전공자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비전공자, 재직자, 특히 중소기업 인력을 위한 전환 교육이 필요하다. '경기도 AI+X 아카데미'는 그 모델이 될 수 있다. 5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AI 솔루션 도입에 필요한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하고, 비용 지원과 인센티브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교육의 저변이 넓어져야 산업 전체가 함께 진화할 수 있다.
교육 환경의 자율성도 놓쳐선 안 된다. 정형화된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융복합 교육 모델이 실험될 수 있도록 규제 없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경기도 차원에서 AI 인재 양성 특구를 시범 지정하고, 커리큘럼과 평가 방식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식은 의미 있는 실험이 될 수 있다.
AI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력은 막대하다. 그만큼 윤리와 책임 문제 역시 중요하다. 공정성, 투명성, 편향성, 보안 등 다양한 쟁점은 기술 개발 초기부터 교육되어야 한다. 경기도는 AI 윤리 커리큘럼을 도내 대학 및 기관에 도입하고, 책임 있는 기술인 양성을 위한 리더십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도구다. 그에 맞는 도덕적 감수성이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를 길러도 지역을 떠나면 의미가 퇴색된다. 인재가 경기도에 머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AI 스타트업 지원, 멘토링, 투자 유치,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확충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판교 '경기 AI 혁신클러스터'와 성남하이테크밸리의 '경기 AI 제조혁신센터'는 실증을 위한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지역 수요를 반영한 클러스터를 추가 조성함으로써, 경기도 전역에 혁신 거점을 촘촘히 배치할 필요도 있다.
AI 대전환은 더 이상 미래의 화두가 아니다. 이미 우리 곁에 도착한 현실이다. 경기도가 '인재 중심 전략'을 실천한다면, 기술 중심의 위기를 사람 중심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우리가 키워야 할 인재는 단순한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사회적 감각과 기술을 겸비한 창조적 혁신가다. 그들이야말로 AI 시대 대한민국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인류 사회에 아름다운 영향을 미치는 '혁신의 열쇠'가 될 것이다.
전석훈 경기도의원 jwj3451@naver.com
성남=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