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그린필드 투자'도 사전심사…中 우회수출 막는다

2025-08-11

중국 등 해외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세운 뒤 원산지를 속여 미국 등으로 우회 수출하는 편법이 원천 차단된다. 정부가 해외 기업의 그린필드형 투자에 대해서도 사전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그린필드는 해외 기업이 신규 생산 시설 등을 설치하면서 국내에 진입하는 투자를 뜻한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M&A)해 들어오는 브라운필드형 투자에 대해서만 사전 심사를 실시해왔다.

1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발표되는 경제성장전략에 ‘공장 신증설 외국인 투자에 대한 사전 심사 강화 방안’을 담기로 하고 관계부처와 막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KOTRA를 통해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팀에 의뢰한 연구용역에서도 “중국 기업에 의한 M&A 투자뿐만 아니라 미국 관세 우회 등을 위한 그린필드 투자 확대에 따른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투자에 대한 사전 심사 범위에 그린필드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지난달 말 도출됐다. 조 교수는 “그린필드 투자는 그동안 일자리 등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강조돼왔으나 안보와 관련한 분야에서는 사전 심사 등을 통해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브라운필드에 비해 국내 투자와 고용 효과가 큰 그린필드 투자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기준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M&A를 통한 그린필드형 외국인 투자는 기술 유출 목적이 있는지, 국내외 공급망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지 등 현미경을 들이대지만 그린필드형 외국인 투자는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문제는 미국의 대중 제재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가 급증하면서 발생했다. 중국인이 국내에 설립한 회사가 중국산 양극재를 수입한 뒤 포장만 바꿔 원산지를 한국으로 표기한 채 미국으로 불법 수출하다가 올 1월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홍콩 포함) 기업의 국내 투자(신고 금액 기준)는 2022년 25억 달러 규모에 불과했으나 단기간에 빠르게 늘어 지난해 역대 최대인 68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6.2%에서 2024년 19.7%로 급등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제3국 자회사 또는 펀드를 통해 신분을 세탁하고 국내에 들어오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 통계에는 이런 간접투자는 제대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지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이 첨단기술·친환경 산업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데다 미국·유럽연합(EU)의 투자 심사 강화 및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투자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생산·진출 거점, 유통·물류 허브 등 다양한 전략적 목적의 투자 대상지로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배터리·반도체 등 미국의 대중 규제와 관련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고 금액이 아닌 도착 금액을 기준으로 지난해 중국의 국내 투자를 업종별로 분석하면 1차전지 및 축전지, 액정표시장치 제조업과 같이 전략적·기술적 중요도가 높은 곳에 ‘차이나 머니’가 집중되는 경향이 확연했다.

아울러 정부는 초저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국내 시장 잠식을 위한 우회 덤핑에도 감시망을 확대한다. 기재부가 지난달 말 내놓은 세제개편안에 불공정 무역 행위 방지 및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우회 덤핑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에 착수하는 조사부터는 제3국에서 부품을 한데 모아 덤핑 물품으로 조립·완성한 뒤 국내에 반입하는 경우에도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관세청은 올해 4~7월 100일간의 특별 점검에서 19개 업체가 428억 원 규모의 덤핑방지관세를 회피하려 한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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