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2024년 전 세계는 또 한 번 기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구 평균 기온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극심한 폭우와 가뭄이 번갈아 발생하면서 물과 관련된 재난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여기에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물 사용량이 25% 급증했다는 분석까지 더해지면서, 기후 위기는 곧 물 위기라는 사실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 물·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에만 물 관련 재난으로 8,700명 이상이 사망했고 4,000만 명이 집을 떠나야 했으며, 경제적 피해는 미화 5,5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돌발홍수와 산사태, 열대성 사이클론이 인명 피해와 경제 손실 측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세계은행의 글로벌 물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물 관련 재난을 전례 없이 악화시키고 있다.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기온 상승은 몬순과 사이클론, 각종 폭풍계의 세기를 키우고, 강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2024년 육지 지역 평균 기온은 1995~2005년 평균보다 1.2℃ 높은 수준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11개국에 걸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지금까지 중 가장 더운 해’를 겪었고, 34개 국가는 최고 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
강수 양극화도 뚜렷하다. 2024년에는 기준 기간에 비해 기록적으로 강수량이 적었던 달이 38% 더 자주 나타났고, 24시간 동안의 기록적 폭우는 52% 더 자주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 말해 ‘비가 너무 안 오는 달’과 ‘한 번에 쏟아지는 비’가 동시에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물의 과잉과 부족이 동시에 심화되는 양상이다. 위성 관측과 수자원 분석 결과, 사헬 지역과 동아프리카에서는 수표면 면적과 호수 저수량, 토양·지하수 저장량이 크게 늘어나 ‘극도로 습한’ 조건과 그에 따른 홍수 피해가 확인됐다. 반면 아마존 분지와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가뭄이 한층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변화가 물의 ‘시간적·공간적 극단’을 키우는 동안, 인류의 물 사용량 자체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는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물 사용량이 25% 증가했다”며 “세계는 빠르게 물 공급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에는 네덜란드 트벤테대학교 연구진이 심층적으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전 세계 물 소비를 10×10km 해상도까지 세분화해 지도 위에 그려냈다. 이처럼 고해상도로 전 지구 물 소비를 매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벤테대학교 다학제 물 관리 연구 그룹(MWM) 부교수이자 보고서 공동 저자인 릭 호게붐(Rick Hogeboom)은 물을 “저축 계좌”에 비유한다. 그는 “저축을 할 수는 있지만, 입금한 것보다 더 많이 인출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 계좌는 고갈된다”며 “현재 인류의 물 사용이 바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물 소비의 약 25%는 ‘물 집약적 제품’의 형태로 글로벌 경제를 통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예컨대 파키스탄처럼 이미 물 부족이 심각한 나라에서 생산된 면 스웨터가 유럽이나 한국에서 판매될 경우, 그 제품에는 현지 소비자가 직접 보지 못한 ‘파키스탄의 물’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것이다.
호게붐은 “물은 더 이상 특정 국가나 지역에만 귀속된 자원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이동하는 전 세계적 자원”이라며 “따라서 해법 역시 어디에서 무엇을 생산하고, 무엇을 수입·수출할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동시에 “여전히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지적한다. 비효율적인 물 사용을 줄이기만 해도 전 세계 농업에 사용되는 물의 3분의 1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스마트한 토지 이용, 현대적인 관개 시스템 도입, 운영·관리 개선 등을 통해 같은 작물을 적은 물로 생산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2024년의 기록적 더위와 잇따른 물 재난, 그리고 20년 새 25%나 늘어난 물 사용량이라는 수치는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기후 위기는 곧 물 위기이며, 물 위기는 국경을 넘어선 공급망과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기후 완화와 적응 정책에 물 관리 전략을 통합하고, ▲농업·산업 부문의 물 효율을 높이며, ▲‘가상 수자원’이 포함된 국제 무역 구조까지 함께 재설계하는 통합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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