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 특혜’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성소수자들이 “현실을 무시한 언사”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20일 TV조선 방송연설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에 특혜를 준다면 역차별”이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취지로 말했다. 김 후보가 언급한 내용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17년 3월8일 ‘세계 여성의날 기념대회’에서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에 소위 성소수자가 30%를 반드시 넘길 수 있도록 하고 한쪽 성비가 70%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을 인용해 반박한 것이다.
성소수자들은 김 후보의 발언이 “사실과 맥락을 왜곡했을뿐더러 성소수자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이경씨(46)는 22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성소수자들은 취업할 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고 실제 드러났을 때 불이익이 있을까 봐 불안해한다”며 “당사자들이 겪는 사회적 고립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말했다. 사한월씨(28)도 “차별금지법이 생긴다고 해서 성소수자들이 갑자기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역차별을 운운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밍아웃은 자신의 성정체성 또는 성적 지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성소수자들은 직장에서 차별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와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성소수자 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들에 비해 성희롱 경험은 28배, 왕따·괴롭힘 경험은 72배 높게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 경험 등으로 인한 우울 증상은 4.3배 높았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성소수자 노동자들은 자신을 숨겨야 하는 상황에서 정신 건강 등을 위협받고 있다”며 “대선 후보라면 안전한 일터를 찾으려는 당사자들의 의지를 존중하고 평등한 직장 문화를 만들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의 발언은 ‘차별금지법 괴담’으로도 번지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SNS에서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취업 특혜가 발생한다”는 게시글 등이 올라왔다. 신필규 비온뒤무지개재단 활동가는 “차별금지법은 차별이 발생하면 이를 바로잡는 법이지 특정 집단을 우대하는 법이 아니다”라며 “법의 내용을 왜곡한 수준이 아니라 가짜뉴스를 퍼트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을 보면 차별 행위 발생 시 인권위 등 기관의 조정 절차를 거치도록 명시했을 뿐 ‘우대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이종걸 한국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시민이 차별받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만드는 법”이라며 “김 후보는 물론 주요 대선 후보들이 차별금지법을 논의하지 않고 왜곡하는 것은 내란 종식이 사회대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