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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일보 】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아 왔던 핸드헬드 게이밍 PC(핸드헬드 기기) 시장이 다시금 성장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1일 게임업계 및 증권가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출시된 밸브사의 '스팀덱(Steam Deck)' 흥행 이후 핸드헬드 기기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관련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UMPC, 포터블, 휴대용 게임기 등으로도 불리는 핸드헬드 기기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닌텐도의 게임·워치(1980년)와 게임보이(1989년)는 이러한 시장을 개척하며 각각 4천300만대, 1억1천90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닌텐도 DS와 소니 PSP가 등장하면서 핸드헬드 기기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두 기기는 합산 2억3천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모바일 게임의 부상으로 2010년대 중반 이후 핸드헬드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후 2017년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가 기존 콘솔과 휴대용 게임기의 경계를 허무는 하이브리드 콘솔로 시장의 흐름을 바꿨다. 스위치는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등 닌텐도의 독점 IP를 활용한 게임들로 흥행에 성공하며 약 1억5천만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닌텐도가 단순한 핸드헬드 기기에서 벗어나 독점 IP와 결합한 플랫폼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축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2022년 밸브가 출시한 스팀덱이 본격적인 시장의 변화를 이끌었다. 스팀 플랫폼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며 PC 게임을 어디서든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점이 주효했다. 누적 판매량 400만대를 기록한 스팀덱은 핸드헬드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으며, 이를 기점으로 다양한 제조사들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닌텐도의 '스위치 2' 출시가 예정돼 있으며, 큰 폭의 하드웨어 성능개선이 기대된다. 기존보다 높은 성능을 바탕으로 트리플A급 게임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캡콤, 스퀘어에닉스,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의 서드파티 게임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PC 기반의 핸드헬드 기기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레노버의 '리전고S'는 스팀 OS와 윈도우 OS 버전을 분리해 선보였으며, 에이수스 역시 로그 앨라이에 스팀 OS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처럼 다양한 OS와 플랫폼을 지원하는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핸드헬드 시장의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CES 2025에서 "Xbox(엑스박스)의 UX 일부를 윈도우 기반 핸드헬드 기기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Xbox 핸드헬드 버전 개발 가능성을 인정했다.
소니 역시 닌텐도 스위치 시장을 겨냥한 휴대용 PS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PS5 리모트 플레이어 'PS 포탈'을 출시한 바 있는 소니가 자체적인 핸드헬드 기기 개발에 나설 경우, 콘솔 시장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스팀덱의 성공 이후, 콘솔 게임사뿐만 아니라 에이수스, 레노버 등 PC 제조사들도 프리미엄 핸드헬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기기는 스팀뿐만 아니라 에픽스토어, Xbox 게임 패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며, 휴대용 PC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하나증권 이준호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서 "핸드헬드 시장이 다시금 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업계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성능과 접근성이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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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헬드 기기 시장 확대…PC·콘솔 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
최근 핸드헬드 게임 기기의 수요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플랫폼 구도의 변화 ▲하드웨어 성능 향상 ▲가격 경쟁력 확보라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올해 이후 더욱 심화되면서 핸드헬드 기기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콘솔 게임 시장은 소니(PS), 마이크로소프트(Xbox), 닌텐도 등 독점 플랫폼 중심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시장이 변화하면서 독점 전략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PC·콘솔 시장은 2015~2021년 연평균 7.2% 성장했지만, 2021~2023년에는 -0.2%로 성장 둔화가 두드러졌다.
게임 전문 시장 조사기관 뉴주(Newzoo)는 팬데믹 이후 2026년까지 PC·콘솔의 연평균 성장률을 +4.5%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게임은 유튜브, 쇼츠와 같은 영상 콘텐츠 대비 낮은 채택을 받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그 사이 게임 개발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게임사들에게 더 이상 독점 플랫폼 정책은 매력적이지 않다. 게임사들은 게이머의 다양한 환경에 맞춘 크로스 플랫폼 전략으로 PC·PS·Xbox 등 모든 플랫폼에 동시 출시해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소니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는 신규 독점작이 등장하지 않았다. 반면, 스팀과 에픽게임즈를 중심으로 한 PC 플랫폼은 빠르게 성장하며, 핸드헬드 기기의 활용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또한 핸드헬드 기기의 하드웨어 성능 향상 및 최적화는 모바일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 차별화를 갖도록 했다. AMD의 맞춤형 x86 SoC(System on Chip)는 저전력 환경에서도 고성능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표적인 핸드헬드 기기인 '스팀덱'은 Zen 2 아키텍처 기반 RDNA2 GPU와 SteamOS 최적화를 통해 기존 PC 게임을 핸드헬드 환경에서도 원활히 구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등장한 로그 앨라이, 리전고 등도 AMD APU를 채택하며 성능을 높였다.
특히 AMD의 AI 기반 프레임 생성 기술인 AFMF(AMD Fluid Motion Frames) 및 업스케일링 기술인 RSR(Radeon Super Resolution) 등을 활용해, 핸드헬드 기기에서도 고품질의 그래픽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사용자들에게 모바일 이상의 차별화된 게이밍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과거 PS4 및 Xbox 시리즈가 출시되던 시기에는 핸드헬드 기기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PS5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핸드헬드 기기의 가격 접근성이 향상됐다.
현재 핸드헬드 시장은 보급형과 프리미엄형으로 나뉘어 다양한 게이머들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 및 스팀덱은 높은 플랫폼 호환성을 앞세워 보급형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로그 앨라이 및 리전고와 같은 프리미엄 기기들은 100만원 이상의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초고사양 게임 환경을 원하는 매니아층을 사로잡고 있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경쟁 속에서 핸드헬드 기기의 가격 접근성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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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와 콘솔의 경계 허문다"…'핸드헬드' 성장, 게임 시장 변화 이끌어
이 밖에도 핸드헬드 시장의 확대는 북미 및 일본 중심의 PC 및 콘솔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크로스 플랫폼 게임과 콘솔 패키지 게임을 포함해 컨트롤러 조작이 필요한 게임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스팀의 발표에 따르면, 스팀덱 보급 이후 컨트롤러 기반 게임 플레이 비율이 5%에서 15%로 증가했다. 또한, 스팀덱 사용자 중 50% 이상이 PC보다 핸드헬드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 게임에서는 총 플레이 시간의 10% 이상이 스팀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핸드헬드 기기의 확산은 신규 게이머 확보뿐만 아니라 기존 인기 게임의 안정적인 판매량 유지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스팀의 'Steam Deck Top Played' 차트에서는 신작뿐만 아니라 스타듀밸리(2016), 아이작의 번제: 리버스(2014), 노 맨스 스카이(2016) 등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들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핸드헬드 기기의 성장세는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PC·모바일·콘솔 크로스 플랫폼 게임 및 콘솔 패키지 게임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라이브 서비스 게임으로는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와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가 있으며, 패키지 게임 분야에서는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500만장), 네오위즈의 'P의 거짓'(220만장),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165만장)가 자체 개발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도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글로벌 패키지 게임 퍼블리싱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국내 게임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원은 "자체 개발, 글로벌 패키지 게임의 퍼블리싱까지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어 국내 게임사의 글로벌 PC·콘솔 시장 침투 역시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핸드헬드 기기의 확산과 함께 게임 시장의 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콘솔과 PC의 경계를 허무는 이 새로운 플랫폼이 앞으로 게임 업계를 어떻게 재편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