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이재명 정부가 법인세 세율을 전 구간에서 1%포인트씩 올리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자 재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안을 2022년 수준으로 원상 복구한 것인데요.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달 31일 ‘경제도 어려운데 법인세 세율 인상은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법인세 인상은 기업 성장을 저해할까요? 한경협의 주장과는 달리, 법인세 최고세율이 높았을 때 기업이 더 성장했다는 분석이 지난 7일 나왔습니다.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 실적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종석 나라살림연구소 자문위원은 ‘2013~2023년 법인세 최고세율과 실효세율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의 핵심 경영지표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였던 2018~2022년의 기업 성장성, 수익성 지표가 법인세 최고세율이 22%였던 2013~2017년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먼저 기업 성장 지표를 볼까요.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였던 2018~2022년엔 평균 기업 매출액증가율이 7.08%였습니다. 최고세율이 22%였던 2013~2017년의 3.10%보다 두 배 이상 높았습니다. 기업 총자산증가율도 2018~2022년 8.44%로 2013~2017년(5.7%)보다 2.74%포인트 높았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올렸는데, 이때 기업들의 성장 지표는 개선된 겁니다.
두 기간의 기업 수익성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2018~2022년 매출액 영업이익률(4.82%)과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4.8%)은 2013~2017년 평균(4.86%, 4.32%)과 엇비슷하거나 더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세법 개정으로 모든 과세 구간의 법인세율을 1%포인트씩 낮춰줬을 때는 어땠을까요? 법인세 최고세율은 2023년부터 25%에서 24%로 낮아졌는데,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는 직전 5년 평균보다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매출액증가율은 –1.5%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 총자산증가율(6.3%), 매출액영업이익률(3.5%), 매출액세전순이익률(3.8%)보두 2018~2022년 평균(각각 8.44%, 4.82%, 4.8%)보다 낮았습니다. 감세를 해줬는데 기업 실적이 개선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법인세 때문에 기업 실적이 오르락내리락 변동이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 7일 국회 토론회에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이 투자 위축이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재계의 주장은 지난 3년간 대규모의 법인세 감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와 일자리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주요국보다 높은 편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국제 비교할 때 지방세를 더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독일 등 주요국은 지방자치가 활성화돼 지방세율이 높기 때문인데요. 지방세를 합쳐 보면 올해 세법 개정에 따른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6.4%)은 미국(25.6%), 프랑스(25.8%), 캐나다(26.0%)보다는 높지만, 독일(30.1%), 호주(30.0%), 일본(29.7%), 이탈리아(27.8%)보다는 낮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실효세율과 최고세율 간 격차는 점차 커졌습니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22%였던 2013~2017년 5년간 기업 평균 실효세율은 14.94%로 최고세율보다 7.07%포인트 낮았습니다. 그런데 최고세율이 25%였던 2018~2022년의 실효세율은 16.33%로 최고세율과의 격차는 8.67%포인트로 늘었습니다. 대기업들이 각종 투자세액공제 등으로 세금을 감면받는 비중도 덩달아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 자문위원은 “법인세 적정규모를 유지하고 과세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적정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법인세 공제감면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일몰 도래 공제감면을 적극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