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우리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

2025-03-25

‘폭싹 속았수다’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디테일한 현실 고증부터 비하인드까지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공개 직후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6위, 국내 1위를 달성했으며 현재까지도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폭싹 속았수다’가 단순한 흥행을 넘어,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과 찬사를 끌어내고 있는 배경에는 섬세한 현실 고증과 제주 지역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이 있었다.

청춘의 애틋함과 제주라는 독특한 지역성을 섬세하게 담아낸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의 제주 소녀 ‘애순’부터 2000년대의 K-장녀 ‘금명’, 그 주변인들의 인생을 조명하는 시대극이기에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공감할만한 요소가 상당히 많다.

■ 그 시절 결혼, 그 시절 제주

애순과 관식의 결혼 사진은 그야말로 싱크로율 100% 고증이다. 다소 촌스럽기도, 귀엽기도 한 애순의 웨딩드레스와 챙모자는 실제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최근 넷플릭스가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천하제일 웃픈 결혼 사진 대회’라는 이름의 콘텐츠를 진행했는데, 당선작으로 뽑힌 사진들을 보면 애순, 관식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또 제주라는 지역의 역사적 정서에 관해서도 고증을 완벽히 해낸 장면이 있다. 관식과 애순이 배를 구매한 뒤 고사를 지내는 ‘뱃고사’ 장면이다. 제주도민 유튜버 ‘뭐랭하맨’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폭싹 속았수다’의 고증을 짚어보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뭐랭하맨은 ‘뱃고사’ 장면에 대해 “제주에서 연신맞이, 비념을 해준다는 말이 있다. 배 한 척과 그들의 안위를 관장해주는 배선왕신이 있는데, 그 신이 보통 조종실에 있다고들 한다. 그래서 보면 조종실에도 천과 돈을 갖다두는 장면이 짧게 나온다”라고 말했다.

특히 극중에서 관식의 엄마나 할머니는 여자가 배에 타면 재수가 없다며 애순이 배를 타는 걸 만류하기 도했는데 이에 대해 “배선왕신이 처녀신이다. 그래서 여성을 싫어하고, 타면 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순은 배에 타길 주저한 거다”라고 디테일을 짚었다.

■ 윤복희의 미니스커트부터 ‘오나타 소동’까지

이런 디테일한 고증 말고도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시대적 상황, 실제 사건들을 녹여내기도 했다. 특히 그중 금명의 동생인 은명이 학교 선생님들 자동차의 엠블럼을 떼서 팔았던 일 또한 90년대 학생들 사이에 실존했던 미신과 관련한 것이었다.

이른바 ‘오나타 소동’은 1990년대 후반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자동차의 쏘나타(SONATA) 차량 엠블럼 중 ‘S’를 떼어내면 서울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다는 미신이 실제로 퍼졌다. 이로 인해 쏘나타 차량의 ‘S’ 엠블럼 도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이는 당시 언론에도 보도될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됐던 사건이다.

또한 극중 짧게 보여진 신문들에서도 익히 알만한 사건들과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첫 번째 신문에서는 가수 윤복희가 ‘미니 스커트’를 유행시킬 당시, 두 번째는 3.15 부정선거 당시의 사건을 담고 있다. 실제 그 시절 신문을 방불케 할 만큼 그 당시 신문의 문체, 표현 방식, 레이아웃까지 치밀하게 재현된 모습은 현실 고증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6·25 전쟁 피란길에 실종된 아들을 찾는 시장 할머니의 모습, 1987년의 선거 벽보와 완벽히 똑같은 벽보 등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고증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 현실감 높이기 위해 ‘이것’까지 했다고?

배우들은 드라마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택했다. ‘폭싹 속았수다’ 1막에서 애순과 관식이 가출을 결심하고 부산으로 갔을 때 여관에서 자녀 계획을 세우던 장면이 있다. 해당 장면에서 관식의 귀는 불타는 고구마처럼 빨개지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박보검은 “분장이 아니라 직접 귀를 계속 꼬집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극중 아이유가 표현한 금명의 모습은 완벽에 가까웠는데, 서울에 올라온 아빠 관식과함께 술을 한 잔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아이유는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로 술을 한 잔 마셔 빨개진 얼굴을 표현했다”고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성인 애순 역을 맡은 문소리는 아이유의 성인 역할을 맡아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아이유의 점 위치와 같은 곳에 점을 찍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가족 사이의 짧고 사소한 장면들까지도 현실을 닮아 있었다. 꼭두새벽에 아빠 관식이 어딘가 가자고 하자 툴툴거리며 거절하다가 결국 따라나서는 금명, 아빠 상길과 언성을 높이다가 방문을 ‘쾅’ 닫은 뒤 “바람이 그런 거야!”라고 외치는 현숙의 모습까지. 우리 가족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장면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폭싹 속았수다’는 인생을 사계절에 걸쳐 그려낸 콘셉트로 총 4막으로 구성됐다. 3막이 공개된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마지막장에선 또 어떤 공감과 아련함을 안겨주게 될까. 이들의 겨울을 담은 4막은 오는 2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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