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김기현 특검의 필연성(7)-로저 비비에 명품 가방 뇌물

2025-11-20

로저 비비에와 감사 편지

드디어 증거가 나왔습니다. 김기현은 자신 형제의 불법 비리가 덮이자마자, 황운하 울산경찰청장, 송철호 울산시장, 문재인 정부를 모두 엮어 의도적인 선거 개입 수사인 ‘선거 테러’ 때문에 자신이 낙선했다는 정치적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습니다. 동시에 ‘문재인 좌파·파쇼정권’ 퇴진과 조국 파면을 계속 외치며, 조국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공세와 발맞추면서 결국 당대표까지 역임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됐는지 퍼즐의 첫 조각이 증거로 나타났습니다.

김건희 수사를 담당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025년 11월 6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클러치백과 한 통의 편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동봉된 편지에 “김기현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쓰였기에, 누가 줬는지, 어떻게 해서 주게 된 것인지가 그대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편지가 쓰인 때는 2023년 3월 17일이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이 당대표로 선출된 때는 9일 전인 2023년 3월 8일이었습니다. 본인의 입으로 “당선을 도와주셔서”라고 했기에 이는 명백한 당선사례입니다. 문제는 이 사례가 정말로 단순한 감사의 표시에 한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대가성이 있는지일 것입니다.

당대표 당선 9일 뒤 건넨

명품 백이 ‘사회적 예의’?

김기현 의원은 이를 의례적인 ‘사회적 예의’라고 했습니다. 이미 당대표로 당선된 이후여서 청탁할 내용도 이유도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판사 출신이라 법을 잘 알기에 김기현은 청탁금지법을 염두에 두면서 단순한 감사의 표시로 한정하며 당대표 당선 이후의 선물은 대가성이 아니라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가성이란 게 반드시 사전에 이루어진 것 만에 한정하지는 않습니다. 대가성 있는 사후 지불도 법적으로 명백한 뇌물이라는 게 대법원 판례(2023도17394)에 나타난 입장입니다. 의례적인 예의로 하는 감사의 선물이라면 흔히 마음을 담은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로 하는 게 통상적인 관례입니다. 직접 만든 떡이나 케이크, 꽃, 홍삼 등 건강식품이나 당장 쓸 수 있는 계절 상품 등이 그것인데,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게 일종의 보이지 않는 기준선입니다. 그런데 선물로 한 ‘로저 비비에 명품 백’은 뇌물의 기준인 100만 원을 넘어, 현시점에서 인터넷 가로 170만 원(쿠팡)이나 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선물로 보기에는 너무 고가라 부담스럽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명품 가방은 예의나 의례로 포장한 ‘뇌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꼴찌 후보의 당선과

통일교도 집단 입당

이처럼 선물의 성격은 정황상으로 뇌물이 분명하지만, 왜 그랬을까, 또는 왜 그래야만 했을까를 따져 봐야 합니다. 당대표 선거가 있기 전, 김기현 후보는 4위로 유승민, 안철수, 나경원 후보에 비해 ‘지지세’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윤심과 친윤들의 뜻에 맞춰 두 후보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퇴하게 되고, 결선 없이 과반 득표로(52.9%) 당대표가 됩니다.

최근 특검 수사에서 밝혀졌듯이, 김건희는 건진법사를 매개로 통일교의 지원을 요청하며 통일교도의 집단적 입당을 통해 김기현을 당대표로 선출하도록 했습니다. 결국 윤석열과 김건희의 뜻에 따라 당시 후보 중 꼴찌였던 김기현이 당대표가 된 게 명백하기에, 사후적인 대가성 뇌물임에 틀림이 없기도 하지만, 향후 청탁을 비롯해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게 아니라면, 그토록 고가의 선물을 줄 이유가 없습니다.

‘청와대 선거 개입’ 프레임

이렇게 판단하게 되는 데는 형식논리 외에도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이 되고 대통령이 될 때까지 김기현의 행태를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되고 검찰권 사수를 위해 조국을 핵심 타깃으로 하며 칼날을 겨눠 2019년 9월 마침내 1차 공격포인트로 조국의 부인 정경심을 기소하자, 김기현은 곧바로 선거 피해자 코스프레로 삭발하며 ‘문재인 좌파·파쇼정권 퇴진’과 ‘조국 파면’을 외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2월 31일 조국을 기소하고 다음 해 1월 29일 ‘청와대 하명 수사’ 프레임인 소위 ‘울산 사건’으로 황운하, 송철호 시장과 문재인 정권 인사 등 13인을 기소할 때까지 약 4개월 동안 총 4번의 기자회견을 하며 ‘청와대 선거 개입’ 프레임으로 정치공세의 선봉장으로 나섭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치적 공세 기류를 타면서 자신은 분명히 검찰의 편, 윤석열 편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애초 자신과 형제 비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자신을 낙선시키기 위한 수사이기에 경찰의 수사권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검찰의 편임을 보여줘 자신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형제의 불법 토착 비리를 무혐의로 덮도록 유도한 후, 정치적으로 복권하기 위한 공세였습니다.

이처럼 자신을 떨어뜨리기 위했던 ‘선거 테러’에 저항하며 윤석열의 검찰에 기대니 21대 국회의원으로 복권도 되고, 문재인 정권 퇴진의 선봉장 이미지를 얻어 원내대표까지 진출하게 됐으니, ‘모든 길은 윤석열로 통한다’는 정치적 처세가 확고해집니다. 따라서 VIP 윤석열보다 위인 V0 김건희는 받들어야 할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친윤 대열로 권력의 사슬에 편입돼야 자신의 기득권과 정치력을 확장시킬 수가 있는 것이기에 뇌물과 비리로 얼룩진 추악한 권력과 기꺼이 한 몸이 되고자 한 것입니다.

이러한 추악한 유착관계는, 윤석열이 계엄으로 내란을 일으켰을 때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당 혁신을 둘러싼 내부 교통정리의 대상이 되고, 페이스북으로 당대표를 사퇴할 정도로 윤석열에게 ‘팽’ 당했지만, 김기현은 윤석열의 계엄을 옹호하며 탄핵을 반대했고 용산 대통령실 문 앞을 지키며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며 윤석열과 김건희를 적극 보호하려 했습니다.

‘사필귀정’의 시간 맞이할 때

왜 그랬을까요? 자신의 ‘친윤’이 끈끈한 비리로 맺어진 관계라는 게 내란 실패로 드러나서는 안 되기 때문일 겁니다. 또 합리적 의심으로서, 의례적으로 지갑 등 작은 백을 선물할 때는 물건만이 아니라 안에 돈을 넣고 편지 등을 같이 넣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상당한 금액이 무기명 채권 등의 형태로 백과 함께 전달됐을 가능성을 포함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엄청난 비리가 드러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사필귀정의 시간’을 맞이해야 할 때입니다.

김형근 ‘바꾸자울산’시민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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