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양냉면 값 1만5000원 시대…“몇 년 뒤 2만원 넘을 수도 있어”
냉면 가격 인상, 단순하고 일시적인 현상 아닌 업계 전반 구조적 문제
식자재비, 에너지 요금, 인건비, 임대료 등 외식업의 주요 고정비가 전방위적으로 상승하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평양냉면 전문점 대부분이 한 그릇에 1만5000원 이상의 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필동의 평양냉면 명가 ‘필동면옥’은 최근 물냉면 가격을 1000원 인상해 현재 1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마포구 염리동의 유명 평양냉면집 ‘을밀대’도 물냉면 가격을 기존 1만50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올렸으며, 회냉면은 2만원에 육박한다.
서울의 평양냉면 4대 노포로 꼽히는 ‘을지면옥’ 역시 지난해 4월부터 물냉면 가격을 1만5000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을지면옥은 재개발 여파로 2년간 영업을 중단한 뒤 종로구 낙원동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가격 1만3000원에서 2000원을 인상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몇 년 내 평양냉면 한 그릇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서울 시내 일부 매장에서는 이미 노포보다 더 높은 가격에 냉면을 판매 중이다. 남대문 인근 한 식당은 이달 초 가격을 1000원 인상해 1만7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종로구 행촌동에 위치한 한 북한 음식 전문점은 1만8000원에 물냉면을 제공하고 있다.
냉면값 인상의 배경에는 외식업계 전반에 걸친 고정비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자재는 물론 전기·가스 등 에너지 비용, 인건비, 임대료 등 대부분의 비용 항목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가격 인상은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
서울시 물가정보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서울 지역 냉면의 평균 가격은 9962원으로 1만원을 밑돌았으나, 최근 3년간 21.6% 상승해 1만2000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외식 물가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해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냉면값 인상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외식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비용 상승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평양냉면 가격 상승은 고정비 전반의 인상에 따른 구조적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전통과 맛을 유지하려는 노포일수록 고급 식자재 사용과 장인정신 유지를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