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피자업계, 1인가구 증가·치킨게임 경쟁에 ‘고전’…줄파산 우려까지
외식 소비 트렌드 변화, 냉동식품 품질 향상 등 복합적인 요인 피자 수요 분산
단기적 매출 방어 위한 할인 경쟁,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가맹점 생존력 훼손
가격 중심 경쟁서 벗어나 제품 차별화, 고객 경험 강화…근본적 전략 전환 필요
프랜차이즈 피자업계가 1인 가구 증가, 경쟁 과열, 대체 식품 확대 등 복합적인 악재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매출 방어를 위한 할인 행사와 판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식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유독 피자 가격만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반의 구조적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으며, 일부 브랜드는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피자헛은 지난해 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45억원) 대비 적자 폭은 줄었지만,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고전하고 있다. 미스터피자(-20억원), 피자알볼로(-3억원)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역시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1위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이는 제품 원가와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를 대폭 줄인 결과다.
같은 해 매출은 2021억원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보수적인 경영 전략이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지만, 시장 전반의 침체 분위기를 피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프랜차이즈 피자 수요가 줄면서 업계 간의 ‘치킨게임’식 출혈 경쟁도 더욱 격화되고 있다. 피자헛은 평일 포장 주문 시 50% 할인, 주말에는 1+1 행사를 진행하며 사실상 상시 반값 판매에 나서고 있다. 대표 메뉴인 직화불고기 라지 피자는 행사 적용 시 1만6950원에 판매된다.
업계가 이처럼 과도한 가격 경쟁에 매달리는 배경에는 시장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피자 한 판을 소비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었고, 배달앱의 보편화로 피자를 대체할 다양한 메뉴가 등장하면서 선택지는 더욱 다양해졌다.
가족 단위 외식의 빈도는 줄었고,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며 미국식 피자의 고열량·고지방 이미지보다는 담백한 화덕형 이탈리아식 피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냉동피자 시장의 급성장도 프랜차이즈 피자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과거에는 품질에서 한계가 있었던 냉동 피자가 최근 몇 년간 빠르게 개선되면서 맛과 품질 면에서 프랜차이즈 피자에 견줄 만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국내 냉동피자 시장 규모는 2016년 200억원 미만에서 지난해 16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피자업계가 지금 구조적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와 외식 소비 트렌드 변화, 냉동식품 품질 향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피자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인 할인 경쟁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가맹점의 생존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제품 차별화, 고객 경험 강화, 건강 친화적인 메뉴 개발 등 본질적인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1~2인용 소형 제품의 확대 출시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병행돼야 피자업계가 생존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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