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2025-12-07

세계적으로는 야후와 인도 아드하르처럼 억 단위 개인정보가 침해된 사례가 있었지만, 한국처럼 인구의 3분의 2가 침해된 사건은 찾기 어렵다. 이번 쿠팡 사태가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판은 거세다. 독점, 노동권 침해, 불투명한 운영, 윤리 부재, 그리고 책임 회피. 그러나 분노의 언어 뒤에는 대안이 없다는 자각에서 오는 우려가 배어 있다. 불만 속에서도 국민이 이 서비스를 끊지 못한다는 사실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과징금과 청문회, 강경한 언사가 줄을 잇지만, 실질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 역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플랫폼 없이는 일상이 돌아가지 않는 현실에서 한국의 딜레마는 의존의 구조에 있다.

역사적으로 국가가 통제하지 못하는 거대 민간체계와 마주했을 때 선택지는 세 가지다. 희생양을 내세워 분노를 달래거나, 처벌의 연극으로 시간을 벌거나, 아니면 구조 자체를 갈아엎는 것이다.

전쟁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공급망이 흔들리던 3세기 말,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1200여 품목에 가격 상한을 내걸고, 이를 어기는 상인에게 처형과 재산 몰수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처벌 연극’은 구조적 결함을 고치지 못했다.

구조를 실제로 다시 짠 경우는 극히 드물다. 1911년 미국의 스탠더드 오일, 1984년 AT&T가 그 예다. 정부는 수십 년의 법정 싸움 끝에 각각 석유와 통신 분야를 장악한 두 회사를 여러 조각으로 쪼갰다. 대체할 체계가 존재했고, 국가가 그 부담을 떠안을 준비도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문제는 기업의 도덕성 여부보다는, 민간 인프라를 생활 필수체계로 받아들인 현실에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한 기업이 경제의 한 분야를 도덕성 여하를 불문하고 독점한다는 데 있다. 민주사회는 공정의 개념을 끊임없이 되묻는 능력에서 유지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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