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일easy] 테슬라와 BYD 그리고 애플과 샤오미

2025-01-19

테슬라는 부족한 AS망 '하차감'으로 상쇄…BYD는 AS에 전력 기울여야

샤오미 스마트폰이 애플 아이폰 대체재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

산업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혹은 필연적으로 등장한 이슈의 전후사정을 살펴봅니다. 특정 산업 분야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나 소액주주, 혹은 산업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 데일리안 산업부 기자들이 대신 공부해 쉽게 풀어드립니다.

#포지티브적 해석 : 2000만원대에 어엿한 전기차 오너 등극.

#네거티브적 해석 : "너, 중국차에서 내리더라..."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비야디)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텃밭인 중국에서 시작해 유럽, 남미, 동남아 등 세계 주요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는 ‘도장깨기’를 하다가 드디어 한국에 이른 것이죠. 한국은 시장도 크지 않은 주제에 공략이 까다로워 “저길 굳이 힘들게 먹어야 되나” 하는 고민도 있었을 듯합니다.

각오는 했겠지만 앞으로 고생 좀 해야 할 겁니다. 한국 소비자들을 구워삶는 일이 만만치 않거든요.

예상대로 BYD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제시한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입니다. 첫 한국 출시 모델인 ‘아토3’는 기본트림 3150만원, 상위트림 3330만원으로, 경차급(경차 사이즈에 길이만 늘려 놓은) 캐스퍼 일렉트릭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판매되는 전기차 중 가장 저렴합니다. 다른 해외 국가에서의 판매가격과 비교해도 한국 판매가가 가장 저렴하다고 하는군요.

일단 가격을 저렴하게 내놓은 건 긍정적입니다. 아무래도 진입 장벽이 낮으면 시장에서 더 관심을 받겠죠.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탑재한데다 1회 충전 주행거리도 짧아 보조금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출고가가 싸야 된다는 판단은 잘한 것 같습니다. 보조금이 후한 지자체에 등록한다면 2000만원대 후반에 구매가 가능하겠군요.

세계적으로 많이 팔린 차, 저렴한 가격. 이 두 가지를 앞세운 BYD는 이제 다른 두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첫째는 세계 최상급 까다로움으로 무장한 소비자들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현대차와 기아를 향해 ‘낚아 놓은 고기 취급 한다’며 많이들 욕하지만 수십 년간 그들과 치고 박고 싸우는 와중에 굉장히 편리한 애프터서비스(AS)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여러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에서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가 AS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입니다. ‘규모의 경제’ 면에서 압도적인 현대차‧기아가 전국에 깔아놓은 촘촘한 AS망을 다른 브랜드가 넘어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일단 전국에 굴러다니는 차가 많고 봐야 직영이든 협력사든 서비스센터를 많이 열어 놓고 저렴한 가격에 AS를 제공하면서도 운영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시장의 법칙입니다.

현대차는 전국에 직영 서비스센터 22개와 정비 협력사인 블루핸즈 1223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아는 직영 17개, 협력사 오토큐 750개를 갖추고 있죠. 웬만한 대도시 거주자는 집이나 직장에서 10분 이내의 거리에서 현대차‧기아 서비스센터를 찾아 성질 급하고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을 많이 상대해 본 노련한 엔지니어들에게 차를 맡길 수 있습니다.

비야디는 6개 공식 딜러사와 함께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주요 지역에 11개 서비스센터를 갖추겠다고 했는데요, 앞으로 판매량이 늘면 서비스센터도 늘리겠지만, 당분간은 소비자도, 딜러사도 고생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물론 AS망을 갖추느라 진땀을 빼지 않고도 한국에서 장사를 잘 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테슬라가 대표적입니다. 왜냐고요? 테슬라니까요.

여기서 BYD 앞에 놓인 두 번째 장벽을 언급해야겠군요. 테슬라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자체만으로도 큰 가치를 제공합니다. AS가 좀 불편해도 테슬라를 타고 다니는 가치에 만족하며 감수해 냅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하차감’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차에서 내릴 때 다른 이에게서 받는 시선을 의미합니다. 람보르기니 우라칸에서 내릴 때와 모닝에서 내릴 때 기분이 같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굳이 그런 극단적 비교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가격대라면, 아니 조금 더 무리를 해서라도 ‘하차감’이 더 좋은 차를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놓고 인정하긴 싫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선택하는 데 있어 ‘과시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테슬라는 국내 론칭 초기부터 강력한 ‘하차감’을 무기로 장착했습니다. 물론 성능 자체도 뛰어났지만 테슬라를 타는(아니, 테슬라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기술 트렌드에서 앞서는 얼리어답터 이미지를 과시했습니다. 초기 출시 차종은 모델Y나 모델3 같은 보급형이 아니라 모델S, 모델X 등 플래그십 차종이었으니 부유한 이미지도 한스푼 더해졌겠군요.

전기차가 아닌 일반 내연기관차 시대 때부터 한국 자동차 시장은 그랬습니다. 럭셔리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국내 수입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수억 단위의 초고가 차량들이 세계적으로 많이 팔리는 곳이 한국입니다. 오히려 가성비를 앞세운 대중차 브랜드가 고전하고 있죠.

BYD는 어떨까요. 일단 AS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타고 싶을 만한 브랜드는 아닙니다. 내릴 때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으면 좋겠을 차도 당연히 아닙니다. 오히려 “너 중국차 타니?” 소리를 들을까 신경이 쓰일 수도 있는 브랜드입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이미지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자동차 선택에서 ‘과시성’이 개입되는 분위기에서 중국차는 의문 부호가 남습니다. 부동산을 제외하고 개인이 소유하는 가장 고가의 제품이자, 한번 사면 몇 년씩 사용하는 내구재인 자동차는 탕후루나 마라탕과는 다릅니다.

거의 판박이와 같은 모습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글로벌 스마트폰 1위 기업 삼성전자의 텃밭이지만, 애플 아이폰도 꽤 잘 팔립니다.

삼성전자에 비하면 애플은 신제품 출시나 신기능 지원, AS 등에서 한국 소비자를 위한 배려가 형편없다는 혹평을 듣지만 국내 소비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화를 내면서도 꾹 참고 아이폰을 씁니다. 아이폰 특유의 터치감이나 다른 IT기기와의 호환성 등 제품 특성도 있지만, 아이폰의 브랜드파워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 시장에 비유하면 삼성은 현대차‧기아와, 그리고 애플은 테슬라와 꼭 들어 맞습니다. 물론 BYD에 해당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바로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샤오미입니다.

‘어쩌다 실수로 잘 만든’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담긴 별명을 갖고 있지만, 사실 흔히 쓰는 보조배터리 뿐 아니라 스마트폰, 로봇청소기, TV 등 전자제품들을 진짜로 잘 만듭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세계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의 뒤를 바짝 쫓는 3위이기도 합니다.

샤오미는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습니다. 이전에는 국내 업체와 총판 계약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 왔는데, 앞으로는 직영으로 제대로 팔겠다는 것이죠.

특히 스마트폰은 그동안 주로 자급제 폰으로 소량씩 판매해오던 것을 앞으로는 국내 이동통신 3사와의 계약을 통해 주력 라인업을 내놓고 제대로 팔아볼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이름을 떨친 지 꽤 됐는데 스마트폰 판매는 지지부진하다 이제야 제대로 해보겠다는 것은, 역시 브랜드를 따지고 소비자 응대에 예민하게 구는 국내 시장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샤오미폰이 인싸템이었다면 자급제 폰으로 나올 때부터 잘 팔리지 않았을까요.

누가 보조배터리나 로봇청소기를 뭘 쓰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지만 스마트폰 기종은 종종 관심사가 됩니다. “갤럭시? 아이폰?”...“아니 샤오미”...뭔가 분위기 싸해지는 그림이죠?

샤오미가 그랬고 다른 중국 제품들(마라탕과 탕후루를 제외한)이 그랬듯 BYD는 뚜렷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TV 광고를 보니 브랜드명을 중국식 발음인 ‘비야디’ 대신 이니셜인 ‘비와이디’로 부르던데, 그렇게 해도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순 없습니다.

앞으로 BYD 차를 타는 게 자랑거리, 아니 최소한 부끄럽지 않을 수준까지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할 겁니다. ‘AS가 좀 불편해도 폼 나니까 그냥 타자’는 건 테슬라 차주니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하루아침에 브랜드 파워나 하차감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을 대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일 겁니다.

아토3 초도 물량이 얼마나 많이, 빨리 팔리느냐보다 중요한 건 그걸 사서 타고 다니는 소비자들, 그리고 그들의 주위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어쩌면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선 아무 문제가 아니었던 일이 한국 시장에선 큰 논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이가 없단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장사를 하려면 감수해야 할 일입니다. 그 때 어떻게 응대하느냐가 BYD코리아의 승부처가 될 것입니다.

단기간 내에 AS망을 촘촘하게 구축하진 못하더라도, 하다못해 센터별 워크베이(Work Bay, 차량 한 대를 정비할 수 있는 공간)라도 충분히 갖춰놓고, 차에 불만이 있어 씩씩거리며 달려온 차주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정도로 절실하게 응대한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좋은 입소문이 돌 수도 있습니다.

이런 노력 없이, 스스로를 테슬라와 동급이라고 과신하거나, 그저 가격만 싸게 내놓으면 알아서 팔릴 거라는 생각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이라면 일찌감치 접고 나가는 게 현명한 판단일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국 소비자들,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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