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쌀심] “‘수향미’ 꽃향·산미 일품…우리술 원료로 딱”

2024-09-24

“‘수향미’로 상업 양조를 한 건 저희가 처음입니다. 소비자에게 이 점을 알리려고 라벨에도 ‘수향미’를 일부러 표기했죠.”

2022년 문을 연 경기 ‘화성양조장(마스브루어리)’은 ‘수향미’와 포도로 한병(750㎖)에 2만원이 훌쩍 넘는 독보적인 프리미엄 막걸리(탁주)를 빚는다. 김기명 화성양조장 대표가 술을 만들면서 쓴 우리쌀은 지난 한해 기준 3t이다. ‘골드퀸 3호’라고도 불리는 ‘수향미’는 팝콘이나 누룽지를 먹는 것 같은 맛이 나는 쌀로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화성시가 전용 실시권(독점사용권)을 갖고 있다.

김 대표가 만드는 막걸리는 ‘마스제로’ ‘마스로제’ ‘마스사워’다. 12도인 ‘마스제로’는 멥쌀인 ‘수향미’와 찹쌀인 ‘백옥찰’을 섞어서 만들고, ‘마스로제’는 여기에 ‘캠벨얼리’ 포도즙을 추가한 것이다. ‘마스사워’는 ‘캠벨얼리’ 포도 대신 ‘청수’ 포도즙을 넣어 신맛을 강조했다. 이는 막걸리보다는 쌀로 만든 와인 같다. 김 대표는 일반적인 막걸리가 아니라 산뜻한 맛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지게미(고형분)를 최대한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술을 빚었다. 그는 화성양조장 술의 맑은 산미는 ‘수향미’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수향미’로 밥을 해 먹으면 누룽지향이 올라오지만 술을 빚어보니 꽃향과 기분 좋은 산미가 생긴다는 걸 알게 됐다”며 “막걸리뿐만 아니라 맑은 술인 약주나 증류주인 소주를 만들어도 좋은 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근 미곡종합처리장(RPC) 3곳에서 소량으로 ‘수향미’를 받아와 섞어 사용한다. 술맛의 균일함을 위해서다. 김 대표에 따르면 ‘수향미’ 20㎏으로 화성양조장 막걸리 750㎖ 기준 70병을 만들 수 있다. 밥 두공기(약 300g)가 술 한병에 들어가는 것이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56.4㎏인 것을 고려할 때 쌀로 술을 빚으면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독특한 맛과 예쁜 라벨 덕분에 화성양조장 술은 늘 인기다. 화성양조장에선 술만 만드는 게 아니라 찾아오는 손님을 대상으로 술과 한식을 페어링하는 ‘마스 오마카세’나 술 빚기 수업인 ‘마스 클래스’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부러 양조장 프로그램을 즐기러 먼 지역에서 오는 방문객도 많다.

다만 김 대표는 앞으로 우리쌀로 만든 전통주를 확대하려면 쌀 품종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향미’를 사용할 때도 술로 빚었을 때 어떤 특징을 나타내는지 연구가 없으니 그가 직접 수백번 담그며 여러번의 실패를 통해 알아내야 했다. 우리쌀에 대한 품종별 연구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밥쌀용 쌀을 술에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많은 양조장이 전통주시장으로 뛰어드는 이때 실패 확률을 줄이는 선행 연구가 있으면 더욱 뛰어난 고품질 술이 나올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쌀과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다채로운 프리미엄 주류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화성=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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