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영양덩어리’…든든한 한끼 대용으로 제격인 ‘감자’

2024-09-23

감자는 알면 알수록 놀라운 식품이다. 감자는 8000년 전 남아메리카 안데스에서 작물화했다. 하지만 세계 어디에서나 감자를 먹는 사람은 감자를 마치 자기 나라의 것처럼 친근하게 여긴다.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이며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는 자신의 책 ‘신화론’에서 감자튀김을 애국적이며 프랑스다움을 상징하는 식품이라고 썼다. 프랑스에서 감자는 본격적으로 먹은 지 2세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민 식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감자가 이렇게 먹는 사람과 친해진 데는 영양학적 이유가 있다.

감자는 주식으로 먹기에 훌륭한 식품이다. 풍부한 탄수화물에 더해 약간의 단백질 그리고 칼륨·마그네슘·망간과 같은 미네랄, 엽산, 비타민B1·B6 등 미량 영양소와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다. 감자 속 비타민C는 과일에 비하면 함량이 적긴 하지만 주식으로 먹으면 괴혈병을 예방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쌀·밀·옥수수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중요한 작물이자 곡물을 제외하면 가장 중요한 작물이 감자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채소 가운데 생산량 면에서 압도적 1위다.

국내 감자의 대세는 ‘수미’다. 국내 전체 감자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대표 종자지만 ‘수미’는 원래 미국 감자이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1962년 개발한 품종으로 1975년에 국내로 들어왔다.

‘수미’라는 이름도 슈피리어(sup erior)라는 영어 명칭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수미’는 분질 감자와 점질 감자의 중간적 성질을 지닌 품종이다. 원래 감자는 요리 특성에 따라 둘로 나뉜다. 전분 함량이 높고 익히면 포슬포슬 부서지는 분질 감자와 상대적으로 전분 함량이 적고 수분이 많아 촉촉하며 익혀도 단단한 느낌의 점질 감자가 있다. 포슬포슬한 분질 감자는 세포 속에 건조 전분 함량이 높아 입안에서 부드럽게 흩어져 식감이 좋다. 하지만 찌개나 감자탕에 넣고 조리할 땐 자칫하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사라진다는 약점이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수미’ 감자의 생산량이 줄고 품종에 따라 다양한 맛의 감자를 구별해서 먹고 싶어 하는 감자 미식가가 늘어나면서 감자 소비도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다. 신품종 개발도 활발하다.

2019년 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개발한 ‘금왕’ 감자는 신품종 분질 감자다. ‘금왕’ 또는 ‘골든킹’이란 이름에 걸맞게 껍질과 속살이 모두 황금색이다. 항산화물질(시링산·클로로겐산) 함량이 높으며 기존 ‘두백’ 감자보다 깊은 단맛과 감칠맛이 난다. ‘두백’은 감자칩을 만들기에 적당하지만, 유리당·유리아미노산 함량이 낮아 마이야르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요리할 때 ‘두백’을 쓰면 맛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 ‘금왕’ 감자를 튀기거나 구우면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분질 감자의 질감과 가열 조리한 감자의 꽉 찬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맛있게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집에서 감자를 두툼하게 조각내어 깊은 팬(스킬렛)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물이 다 날아갈 때까지 삶는다.

그런 다음 다시 기름을 넉넉하게 부어 튀겨 내고 소금을 살짝 뿌리면 가정식 감자튀김이 완성된다. 껍질째 튀겨야 견과류처럼 고소한 구운 감자향이 더 짙다. 박성호 셰프와 남가을 매니저 부부가 운영하는 와인 레스토랑 배산임수에서는 무항생제 달걀과 ‘금왕’ 감자를 써서 만든 스패니시 오믈렛을 맛볼 수 있다. 바질과 토마토를 올린 오믈렛 한조각에 와인 한모금을 곁들이면 감자와 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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