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수비 악몽 LG, 연장 11회 보람도 없이 자멸했다

2024-10-09

이닝의 시작도 중간도 마지막도 허무했다. LG의 아쉬운 수비가 무더기로 쏟아진 연장 11회말, 심우준의 끝내기 안타로 KT가 9일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LG를 6-5로 꺾었다. 2사 만루에서 심우준이 때린 땅볼이 투수 정우영을 맞고 흐르며 유격수와 2루수 사이 정가운데로 향했다.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신민재가 한 곳으로 동시에 달려 나오다 서로 부딪혔고 뒤엉키며 쓰러졌다. 1루로 공을 던지지도 못하고 그대로 LG의 패배로 경기가 끝났다.

11회 시작부터 어려웠다. 선두타자 강백호의 높이 뜬 공을 좌익수 문성주가 잡아내지 못하면서 무사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자동고의4구로 만들어진 무사 1·2루, 황재균의 번트에 3루수 문보경은 무리하게 3루를 택했다. 주자 아무도 잡지 못하고 만루가 됐다. 포수 허도환이 처음부터 3루를 가리켰다. 뒤늦게 1루로 방향을 바꿨지만, 문보경이 이미 3루로 몸을 틀고 난 뒤였다.

퇴로 없는 상황에서 LG는 올가을 가장 뜨거운 배정대를 만났다. 여기서 LG는 만회할 기회를 또 제 발로 걷어찼다. 급하게 오른 땅볼 전문 투수 정우영이 최상의 결과, 2루 땅볼을 만들었다. 전진 수비를 나선 2루수 신민재의 정면으로 공이 향했다. 한 번에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을 수도 있는 찬스. 그러나 신민재는 공을 깔끔하게 잡아내지 못했고, 정확하게 홈으로 공을 던지지도 못했다. 홈 송구가 바운드 되면서 3루 주자 1명을 아웃시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LG는 결국 천성호를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2아웃 이후 수비 충돌 속 심우준의 끝내기 안타로 경기를 내줬다.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배정대의 타구가 병살로 연결됐다면 LG는 천성호의 삼진으로 이닝을 끝내고 연장 12회로 승부를 끌고 갈 수도 있었다.

앞서 4회말 3실점 때도 LG의 수비는 아쉬웠다. 3-3 동점, 1사 만루에서 등판한 김진성이 짧은 우익수 뜬공을 유도하며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지만 홍창기의 송구가 아쉬웠다. 더 강한 홈 송구를 위해 뒤에서 달려 나오며 공을 잡아 던졌는데도, 공은 바깥쪽으로 빗나갔다. 포수 박동원이 공을 받아 몸을 트는 사이 3루 주자 배정대가 먼저 홈을 밟았다. 송구가 조금만 더 정확했어도 KT의 ‘무모한 도전’이 될 뻔했는데, 오히려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전 1사 2루에서 황재균의 적시타에 좌익수 문성주가 무리하게 홈으로 공을 던진 것도 뼈아팠다. 실점을 막지 못했고, 타자 주자 황재균마저 쓸데없이 2루까지 보냈다. 후속 오윤석이 초구에 곧장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승리한 KT 역시 8회초 아쉬운 수비로 어려운 승부를 자초했다. 8회 1사 등판한 소형준이 흔들리는 가운데 포수 장성우가 전날에 이어 다시 공을 흘렸다. 전날 포일은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날은 달랐다. 1사 1·3루에서 나온 포일로 LG 3루 주자 최승민이 편안하게 홈을 밟았다. 타석에 있던 김현수가 안타를 때려내면서 포일로 2루까지 나갔던 오지환까지 홈을 밟았다. KT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던 경기가 다시 5-5 동점이 됐다.

믿었던 소형준의 구위도 1차전만 못했다. 1차전 150㎞에 육박했던 소형준의 빠른공 구속이 이날은 140㎞대 초반에 머물렀다. 빗맞은 안타가 이어지는 등 타구 불운이 겹치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LG 타자들을 압도할 공이 아니었다. 소형준이 23구를 던지는 동안 상대 헛스윙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KT는 이날 이겼지만 타격이 크다. 이미 동점을 내준 뒤인 8회 2사 올라온 박영현이 3.1이닝을 던졌다. 역시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박영현이 보다 빠르게 올라왔다면, KT는 손실을 최소화하며 5차전을 준비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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