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언제 정치를 삼켰을까. 2019년 자유한국당을 취재할 때가 먼저 떠오른다. 황교안 당시 한국당 대표는 유튜브에 심취했다. 볼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들었다. 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각자 유튜브 채널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의원 평가에도 반영했다.
특히 그는 극우 유튜버들을 자꾸 당 공식 행사에 불렀다. 기자회견은 유튜버들의 ‘황교안 띄워주기’ 질문으로 맥락이 툭툭 끊기기 일쑤였다. 단식을 할 때도 황 대표는 기자들 대신 유튜버와 전광훈 목사만 만났다. 그는 주말마다 유튜버들과 집회를 벌였고, 급기야 그들과 국회까지 점거했다. 21대 총선 참패 후 스스로 부정선거 전문 유튜버가 됐다. 그에게 “유튜브를 끊으라”고 권한 사람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유튜브에 심취했지만 주변에선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특이 취미 정도로 치부했다. 대선 전부터 윤 대통령은 유튜브 발(發) 부정선거론을 주변에 자주 설파했다고 한다. 이봉규TV, 가로세로연구소 같은 극우 유튜버들은 김건희 여사 초청으로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대선 때 이봉규TV는 “(윤 후보가) 자면서도 내 방송을 본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사실로 믿긴다.
취임 후 정치 곳곳에 유튜버가 파고들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욕설 방송을 해온 유튜버의 누나가 대통령실에, 부정선거론을 펼친 유튜버가 차관급 공직에 발탁됐다. 수석비서관이 직접 극우 유튜브에 출연해 국정을 설명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회고록에서 윤 대통령에게 들었다고 밝힌 ‘이태원 참사 조작론’도 극우 유튜브 발이었다. 윤 대통령은 선거가, 참사가, 국회가 ‘반국가세력’에 왜곡됐다 믿었다.
유튜브엔 중립이 없다. 한쪽 주장을 반복하고 입맛 맞는 패널이 논리를 강화한다. 한 번 알고리즘을 타면 끊기도 어렵다. 비슷한 채널이 계속 뜬다. 논쟁적 정치인일수록 속 시원한 주장으로 다독여주는 유튜브에 위안받기 쉽다.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인데 해악이 너무 컸다. 윤 대통령은 역사에 45년 만에 계엄을 발동한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야당은 “극우 유튜브 중독이 내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유튜브와 그간 거리를 잘 유지했다고 보긴 힘들다. 지난 총선 땐 친명을 표방한 유튜브에 적극 출연한 이들이 공천에 성공했다. 친명 유튜브에 출연한 당 공천관리위원이 특정인 공천 배제를 미리 알리거나, 유튜버가 ‘비명 학살’을 예고하고 주동했다. 이른바 ‘암살조’ 주장도 유튜브 논리다.
윤 대통령만 탄핵당하면 유튜브 정치가 끝나나. 영 못 미덥다. 앞으론 대통령 후보의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도 불시에 공개 비교해보면 어떨까. 특정 주장에 경도되진 않았는지, 상식적 사고를 가졌는지 평소 보는 영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우스개로 넘기기엔 그간 비용이 너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