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자회사 교보자산신탁 잇단 잡음에 윤리경영 '무색'

2025-10-30

[비즈한국]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교보자산신탁이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에서 불법 점거 의혹이 제기되는 등 잇단 현장 분쟁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보자산신탁을 둘러싼 각종 잡음은 교보생명그룹이 내세워온 ‘윤리경영’ 신뢰성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논란으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소환이 철회됐다. 다만 자회사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론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불법 임대차​ vs ​무단 점거” 교보자산신탁, 시행사와 갈등

교보자산신탁과 시행사 보정PJT가 참여한 경기도 용인 ‘죽전 테라스&139’ 사업은 2021년 분양 당시 전 세대 완판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시공사인 동강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준공은 계획보다 9개월 이상 지연됐고, 누수·난간 미설치 등 부실 시공 문제가 잇따랐다. 결국 139세대 가운데 절반만 입주했고 나머지 65세대는 분양계약 해지와 분양대금 반환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시행사와 신탁사 간 갈등은 ‘선입주 체험 프로그램’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보정PJT는 지난해 6월부터 현장에 상주하며 단지 관리와 보수 작업을 이어오던 중, 장기 공실로 인한 하자 악화를 막기 위해 일부 세대를 임시 거주 형태로 운영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입주자에게는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지했고, 3개월 전 통보 시 조건 없이 퇴거해야 한다는 특약도 넣었다. 퇴거를 거부할 경우 페널티 조항도 명시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보자산신탁은 이를 불법 임대차 행위로 판단하고, 지난 1월 시행사와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교보자산신탁 측은 “분양자가 존재하는 세대를 시행사가 제삼자에게 임의로 임대한 것은 명백한 무단 점거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치권 확보를 명분으로 8월 31일 새벽에 용역 인력 50여 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일부는 지금도 현장에 있다. 교보자산신탁 관계자는 “상주 인력은 정식 분양 계약이 아닌 무단 점거 세대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퇴거가 완료되면 철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행사 측은 이러한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보자산신탁의 불법 임대차 주장 자체를 부인하며, 오히려 교보 측의 용역 투입이 법적 근거 없는 강제집행이라고 맞섰다. 보정PJT​ 관계자는 “신탁계약서 어디에도 임대차 권한의 귀속 주체나 사전동의 절차에 관한 조항이 없다”며 “분양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해 절반 이상이 입주를 거부한 상황에서 교보자산신탁은 관리 의무를 부인한 채 공실을 방치했다. 선입주 프로그램은 하자 보수와 최소한의 유지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시행된 조치”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보자산신탁에 ​이 같은 필요성에 대해 ​수차례 얘기했지만, 교보 측은 ‘대주단 동의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방관자적 입장을 보였다”며 “그러다 돌연 태도를 바꿔 용역을 투입하고, 법원의 판단도 나오기 전에 불법적인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강제집행은 법원의 명도 명령이 있어야 가능한데, 소송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보 측이 현장을 점거한 것은 위법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교보자산신탁 측은 “무단 점거 행위에 대해 법원에 고발한 상태”라며 “이 사업장에 투입된 자금이 상당하다. 불법 점유가 해소돼야 분양자가 입주할 수 있고, 회사는 잔금 회수를 통해 자금 정리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보정PJT는 교보자산신탁의 현장 점거가 소송 유리화 전략과 관련 있다고 본다. 보정PJT​ 관계자는 “현재 56세대의 분양 계약 해제 소송이 진행 중인데, 일부 수분양자가 ‘내가 분양받은 집을 왜 임대했느냐’는 내용을 청구 사유로 추가했다”며 “교보자산신탁은 임대차를 정리해야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해 무리한 조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창재 회장 책임론 불거져

교보자산신탁이 법원 명령 없이 용역 인력을 투입해 현장을 점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법 강제집행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이 여파는 모회사 교보생명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교보생명이 ‘고객 중심의 책임경영’과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만큼, 자회사에서 벌어진 논란은 그룹 전체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교보자산신탁은 교보생명 100% 자회사인 만큼, 모회사의 관리·감독 부실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교보자산신탁의 갑질 및 불법 용역 투입 의혹이 거론되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증인으로 소환되기도 했다. 거제 현장에서는 시공사에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용인 죽전 테라스&139 사업에서는 법원 명령 없이 용역 인력을 투입한 불법 강제집행이라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보자산신탁이 증인 출석을 앞두고 거제 현장의 시공사와 합의하며 출석은 직전 단계에서 철회됐다. 업계에서는 교보자산신탁이 신 회장의 국감 출석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합의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교보자산신탁 측은 “거제 현장은 분양이 거의 되지 않아 이해관계인이 적고, 건설사 측 문제라 합의가 가능했다. 지난주 합의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 회장의 책임론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치권에서는 자회사 관리 부실 책임은 결국 그룹 최고경영자에게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교보자산신탁의 용역 투입 이후 보정PJT 측은 광화문 교보생명빌딩과 강남 교보타워 앞에서 신 회장의 윤리 경영 책임을 지적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보정PJT​ 관계자는 “(국회 차원에서) 죽전 테라스&139 문제도 적극적으로 해소하라는 지적이 나와, 교보 측에서 피하지 않고 협의하겠다는 답을 내놓은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후로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며 “교보자산신탁은 시행사나 수분양자들의 상황과 관계없이 자신들만 손실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리경영을 내세운 교보생명그룹이 그 반대로 양두구육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교보자산신탁 측은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 모든 사안은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핫클릭]

· "위고비, 마운자로 잡아라" 국내 비만약 개발 차별화 포인트는?

· 석 달 새 압수수색 두 번…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연임설' 힘 빠지나

· [BbCONF]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 "커피산업의 지속가능성 고민"

· [BbCONF]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도시에도 OS가 필요해"

· [BbCONF] 이로 유어마인드 대표 "외로운 길 택하자 결속이 생겼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